감상글(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

톰소여와허크 2016. 6. 8. 20:23





인생은 아름다워 /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

   오래전 비디오테이프로 구입해 두었다가 처음에는 크게 끌리지 않아서, 나중에는 기기가 없어서 끝내 돌려보지 못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1997년)를 봤다. 학생들과 영화도 같이 보고 물레책방 안주인의 설명까지 좋게 들었다.

전반부는 명랑한 호텔 종업원 남자와 괜찮게 사는 여자의 사랑 이야기다. 남자의 구애는 여자의 약혼으로 깨지는 듯했지만 무난한 자리를 박차고 가난한 사랑을 선택한 여자의 용기에 힘입어 두 사람은 결혼하고, 남자의 소원대로 동네 서점을 운영하며 행복하게 산다는 그렇고 그런 이야기다.

   그 이후 유태인 수용소에 어린 아들과 부부가 같이 감금되면서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아들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남자의 거짓 연극과 임기응변이 과장되게 흐를수록 내면의 불안은 더해지고, 남자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몇 발의 총성으로 더 이상 연기할 기회를 갖지 못한다.

   여자와 아들에 대한 남자의 마음과 행동을 두고 아름답다고 해야겠지만, 그 아름다움은 깨지기 직전의 유리처럼 불안하다. 남자도 여자도 아들도 분명 삶을 아름답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었겠지만 모녀의 포옹으로 끝나는 엔딩은 슬픔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왜 그럴까. 세상이 폭력적이고 그 폭력의 희생자가 곁에 있는 한, 인생을 아름답다고 우길 순 없지 않나 싶은 거다. 그 폭력에 어떻게 맞서고 피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그럼에도 세상이 아름답다고 착각이라도 할 수 있는 건 물레책방 안주인의 말처럼 누군가를 위해 또 다른 누군가의 고군분투가 있어서 그럴 테다. 늦게나마 영화를 보고 오랜 숙제를 끝낸 기분이지만 또한 숙제를 새로 안은 느낌이기도 하다.(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