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우주목과 물푸레나무
톰소여와허크
2016. 7. 9. 22:44
변해명, 『우주목과 물푸레나무』, 선우미디어, 2012.
수필집 작품 중 ‘주춧돌과 기둥’이란 수필을 일전에 읽었던 기억이 있다. 서사 개심사에 있는 별채 심검당의 휘어진 기둥과 들보에 대해 관심을 갖다가 알게 된 수필이다. 주춧돌에 그렝이질을 해서 굽은 기둥을 기막히게 잘 세운 아름다운 건축인데, 작가는 박목월 선생과 김동리 선생을 큰집의 주춧돌과 기둥 같은 분으로 치켜세운다.
교정의 반짝이는 잎들이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은사시나무’가 눈병을 옮긴다는 이유로 인해 잘리게 되었을 때 작가는 이를 두고두고 아쉬워한다. 관리자의 섣부른 결단을 나무라는 마음도 읽힌다. “어찌 한 가지 효용으로 으뜸을 삼으려 할 수 있는지. 쓸모없는 것으로 하여 쓸모 있어지는 것, 교육은 그런 것을 가르치는 아닐까?”라는 생각을 덧붙이면서.
‘피라미드의 받침돌 하나가’에서 피라미드 맨 윗돌 하나에 대한 성찰도 생각할 만하다. “모두가 단 하나인 상좌의 돌이 된다고 하면 피라미드는 만들어지지 못할 것이다. 그 하나의 돌을 얹기 위해 우리는 많은 밑돌을 쌓아가야 한다”고 했는데 밑돌의 가치, 밑돌의 쓸모를 더 소중하게 생각하자는 취지로 들린다. 처음부터 윗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윗돌이 밑돌보다 더 낫다고 함부로 말해서도 안될 것이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