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서> 구운몽의 불교적 해석과 문학치료교육
이강옥, 『구운몽의 불교적 해석과 문학치료교육』, 소명출판, 2010.
- 김만중 선생이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서 썼던 『구운몽』의 주제에 대해서 인생은 한바탕 꿈과 같다는 일장춘몽 혹은 인생무상을 언급하곤 한다. 최고 지위에 이르렀다가 귀양 간 아들을 생각하며 애통해할 어머니를 두고, 그 모든 게 허망하고 부질없는 것이니 너무 슬퍼하지 마시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다른 점을 보고 싶어 한다. 꿈을 깬 성진이 자신의 깨달음을 말했을 때 스승인 육관대사가 속세와 꿈을 다르다고 이야기한 부분을 짚으며 제자를 다시 일깨우는 것에 주목한 것이다. 성진이 양소유로 태어났다가 다시 성진으로 돌아오는 구조로 볼 때, 양소유는 성진의 꿈이다. 하지만 성진 역시 다른 누군가의 꿈일 수도 있다는 것인데 성진의 앎이거기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두고, “성진은 자기가 진(眞)이라 여기고 자기와 반대쪽에 있는 양소유를 존재의 망(妄)으로 여기는 데 멈추었다. 성진은 진망론에 갇혀 있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살활론을 제안한다. “살(殺)에 치우친 사람에게는 활(活)이 필요하기에 활을 강조해주고, 활에 치우친 사람에게는 살이 필요하기에 살을 강조해줌으로써 중도(中道)의 길을 갈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바로보지 못하고 영원한 진리를 깨달은 것처럼 행동하려는 것도 경계하고, 세속의 가치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것도 문제 삼으면서 더 나은 경지로 나아가길 바라는 것이다.
저자는 『구운몽』을 통해서 문학치료의 가능성도 엿본다. 성진과 양소유가 그랬듯이 스스로 마음을 내는 것은 귀한 일이다. 그 마음이 긍정적인 것이면 더욱 긍정적인 결과를 빚을 것이기에 의식적으로 노력할 부분도 있단다. “이곳의 삶의 경험이야말로 내 운명을 개선하고 비약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우울증이나 마음의 병을 치유하려는 시도는 아주 긴요하고 쓸모 있는 작업이라 하겠다.(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