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마당 깊은 집
톰소여와허크
2016. 10. 7. 23:01
김원일, 『마당 깊은 집』, 문학과지성사
- 전쟁과 피난의 소용돌이 속에 아버지는 사상을 좇아 집을 떠나고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대구로 온다. 장남인 길남이(작가의 분신)는 뒤에 남겨졌다가 뒤늦게 대구 마당 깊은 집(현, 약전골목과 종로 사이)에 합류하면서 어머니와 누나, 두 동생과 함께 그 집에서 일 년여를 보내게 되는 이야기다.
이층에 주인집을 두고, 다섯 가구가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에서 정도 차이는 있지만 각 가정은 이념 대립의 후유증을 혹독히 겪는다. 주인집 며느리의 친척뻘인 김천댁은 끝내 북으로 건너가고, 이를 도운 정태 씨는 감옥에서 비전향장기수로 수십 년 복역한다. 상이군인인 준호 아버지는 자다가 비명을 지르기 일쑤다. 평양댁의 미선이는 미군을 사귀고 평양댁은 딸을 따라 지긋지긋한 이곳을 떠나기를 소원한다.
생계를 위해 악착같은 어머니는 유독 장남에 대해서 모질게 군다. 전쟁과 아버지의 선택, 그로인해 험악한 꼴을 당했을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릴 뿐 어머니의 내심은 가출한 길남이를 찾으러 왔을 때의, 눈물 그렁한 슬픈 얼굴 같은 것이었으리라.
대구 근대골목 투어에서 마당 깊은 집이 빠지지 않고 소개되고 있으나 그 원형은 이미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다만, 한 편의 소설로 온전히 남아 있으니 읽는 수고로움(또한 재미)으로 언제든 복원되니 그나마 다행인 건가.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