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가는 날 아침 / 김광철
갯벌 가는 날 아침 / 김광철
150밀리리터의 장맛비가 쏟아진단다
어제 가정으로 편지를 써서
비가 오면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해서라도
갯벌 체험 학습은 강행한다 했건만
교사를 못 믿는 건지
혹시라도 하는 불안감 때문인지
오기로 약속한 아이들은 절반밖에 오질 않았다
그 넓은 대절버스의 빈 자리를 보며
아깝다
아깝다
되뇌이며
섭섭한 마음이 목울대까지 밀려온다
세상사, 백이면 백 사람이 다 다르다는 걸
그 이치를
그 원리를
쉽게 인정하지 못하여 속앓이 해 온 고집불통을
하루아침에 내던질 순 없어도
시간 앞엔 장사 없는가
날카로운 칼날도
모진 돌 조각도
세월의 풍화를 이기지 못하거늘
하물며, 하물며
내가
- 『제비콩을 심으며』, 작은숲출판사, 2016.
* ‘도심의 아이들에게 갯벌 체험이 흔한 일이 아니지. 바다로 나가 개헤엄도 치고, 옷에 얼굴에 개흙을 묻히고 히히거려도 보고, 펄 속 조개나 게를 잡기도 하면서 재미와 함께 갯벌의 가치를 느껴볼 것 같으면 이만한 공동체 교육 이만한 생태 교육도 드물 거야. 비가 온다지만 그게 대수인가. 오랫동안 별렀던 일이 아닌가. 비가 오면 더 그럴듯한 자연 놀이터가 될 텐데 다 같이 여벌옷만 챙겨 떠나자.’
짐작컨대, 혁신학교 교사이기도 한 시인의 생각이 이와 같지 않았을까. 이런 기대와 다르게 실제 체험 행사에는 장맛비에 대한 걱정으로 절반 이상의 학생이 불참하고 말았다. 시인은 이를 몹시도 안타까워한다. 분명 좋은데, 체험 프로그램과 효과에 대해서 확신을 갖고 그렇게까지 설명하고 안내했는데 그럼에도 자신을 따라주지 않는 학부모와 학생의 선택이 야속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한 것이다.
그렇지만 시인은 이런 마음조차도 남이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고집불통”에 연유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도 잊지 않는다. 체험 참여자가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참여를 선택했듯이 불참자도 폭우 예보와 그로 인한 안전사고와 건강 문제 등을 고려하여 나름의 결정을 내리고 행동한 것에 대해서 인정하려는 마음을 애써 내려는 것이다.
선한 의도로 행했던 일이 틀어지는 경우도 이와 같이 해야 할 것인데, 하물며 사적인 욕심이나 나쁜 의도가 작용하거나 그런 의심이 드는 경우라면 더욱더 자신을 경계해야 마땅할 것이다.
일에 대한 내 열정이 방향의 옳음을 담보하는 것이 아님을, 세상을 날카롭게 보는 송곳눈도 자신의 허물을 읽는 마음눈을 갖추지 않으면 남을 해하는 위험한 무기로 작용할 수 있음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