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
서정, 『그들을 따라 유럽의 변경을 걸었다』, 모요사, 2016.
러시아와 독일, 그리스 등지를 돌아다니며 예술가들의 흔적을 찾아보고 생애와 작품도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저자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도스토옙스키의 『죄와벌』을 읽은 게 러시아문학을 전공하고 러시아에서 공부하는 계기가 되고 이 글을 쓰게 된 뿌리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시인으로는 푸시킨을 먼저 언급한다. 푸시킨은 한국의 소월처럼 러시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이고, 소월과 다른 이유로 요절했다. 푸시킨이 다닌 학교, 신혼집을 지나 저자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동한다. 푸시킨은 이곳에서 젊은 아내를 둘러싼 소문에 격분해 조루주 단테스와 격투를 신청하고 총상으로 죽는다.
상트페터르부르크는 도스토옙스키가 월세를 전전했던 곳이기도 하고, 이 곳 거리를 배경으로 『죄와벌』을 썼다고 한다. 저자는 도스토옙스키가 노름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던 독일 바덴바덴 거리에 와서도 도스토옙스키의 아내인 안나가 어떻게 남편으로 하여금 도박에 손을 떼게 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이밖에도 비텝스크에 와서는 고골의 『죽은 혼』에 그렸던 샤갈의 삽화 96점을 엽서로 만났으며, 프랑스 니스 소재의 샤갈 미술관에도 들러 모자이크 화에 심취하기도 한다. 독일 베를린에 와서는 훔불트 대학과 뮤지엄 아일랜드를 산책하며 알테 내셔널 갤러리에 들러 프리드리히 그림과 뵈클린 그림에 빠져든다. 뵈클린의 <망자의 섬>에 오래 머문다.
끝으로 그리스 여행 시에는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자주 인용한다. 저자는 “조르바는 순간을 최대치로 사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조르바’ 자리에 ‘여행’을 넣어도 꽤 근사한 말이 된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