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택시기사 / 문해청
겨울 택시기사 / 문해청
택시회사 일 하며
추석 명절도 쉬지 않고
차량관리도 깨끗하게
사납금 10만 4천원을
매일 매일 입금 잘한다고
소나타 신형차로 바꿔 준다며
입이 닳도록 칭찬하더니
달포도 되지 않아 회사 오라고
휴대폰으로 사정하더니
사장 지시라고 사직서 강요했다
무슨 이유냐 사표 거부하자
몇 명이 차량열쇠 빼앗고
회사 차량 손대지 말라하며
과거 택시 노조간부 했다고
노사화합 깨는 빨갱이 택시기사라며
택시조합협회 블랙리스트에 있다고
부당해고 하는 택시경영에
사장을 만나 복직 요청하고
노동청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
무급기사 불법경영 고소를 생각했었지만
구차한 해고수당 몇 푼 구걸하는
비굴한 싸움은 하지 말자
다른 업종 일자리나 찾아가자
마음 깊이 다져 먹어도
초겨울 택시운전기사의 삶
마흔 중년의 상처 많은 가족사에 얽힌 사연
빈 겨울하늘 올려다 보면
가녀린 별빛 자꾸만 흐려져 온다
- 『긴 바늘은 6에 있고 짧은 바늘은 12에』, 도서출판 두엄, 2012.
*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을 흔히 듣는다. 이분법으로 명확히 구별되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자본주의 - 시장경제 추구 - 자본가 위주 - 자유 - 보수의 이념이 우파와 관련이 깊다면, 사회주의 - 복지 정책 - 노동자 위주 - 평등 - 진보의 생각이 좌파와 관련이 깊어 보인다. 이 생각에 크게 무리가 없다면 새가 제대로 날기 위해서는 좌와 우의 균형이 중요할 것이다.
이윤 추구를 동력으로 경제 성장을 이끈 자본주의의 열매에 우파의 헌신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극단적인 이윤 추구는 견제를 싫어한다. 최근의 쉬운 해고와 노동유연화 정책, 성과연봉제 도입 등은 경쟁을 내세워 이윤을 키우려는 우파의 정책이다. 자본가는 유력한 정치인을 도와서 자기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흥정하려 할 것이니 언제든 정경유착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또한 자본가는 언론에 광고를 밀어주거나 스스로 언론을 경영하며 재벌과 우파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여론 조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우파의 부정적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역할을 좌파에게 기대하는 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현재의 자본주의도 상당 부분 사회주의 제도를 수용하고 있고 이는 좌파의 논리가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금을 거두어 -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 - 의료보험, 무상교육 등 빈부의 차이를 줄이는 데 돈을 쓰는 복지 정책이 그러하고, 자본가의 힘에 맞서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준 것도 그러하다. 이는 자본가와 노동자가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하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현재의 노동환경은 노동자들의 운동과 좌파 지식인들이 투쟁해왔던 결과물로 주어진 것이긴 하지만 정부와 자본가 입장과 대척되어 여기저기서 갈등이 첨예화되어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다.
노동3권을 권리로 행사하는 게 쉽지 않음을 위 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단결권이 있으니 노조를 만들 수 있고, 단체행동권이 있으니 자본가의 뜻을 방해하며 파업할 권한이 있지만, 그 이유로 해서 회사에서 내쫓기고 또 그 이유로 해서 다른 회사에 취직도 못하는 설움을 노동자가 겪고 있다. 심지어 “노사화합 깨는 빨갱이”라는 딱지까지 감수하며 어쩌면 동료들에게 내쳐지기도 했을 것이다. 근로 조건뿐만 아니라 부당한 것에 대해서는 항거할 수 있는 게 도덕률이고 상식이지만 이 상식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니 노동자 시인의 울분과 자조의 목소리가 아프기만 하다.
좌파와 빨갱이를 동일시하는 것은 전쟁과 분단 경험으로 인한 것이긴 하지만, 친일파와 부역자가 해방정국에서 우익으로 돌아서며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자구책으로 유용하게 써먹은 것이기도 하다. 좌파든 우파든 좋은 세상을 꿈꾸는 것은 다르지 않다. 그런 세상을 위해 좌가 좌를 돌아보고 우가 우를 반성하는 모습도 필요하겠다. 혹, 세상이 좀 더 평등해지고 가진 자가 좀 더 베풀어야 한다는 주의가 좌파라면 나도 좌파다, 또 노동자가 이미 부른 배를 더 불리는 게 아니라면, 노동자의 파업에도 더 너그러워져야 한다는 게 우파의 인식이기를 바란다.
그날의 “겨울 택시기사”에게 봄이 왔는지 조금 궁금해지는 저녁이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