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주홍색 연구

톰소여와허크 2017. 1. 31. 10:13


코난 도일(백영미 역), 『주홍색 연구』, 황금가지, 2002.


   사설탐정 홈즈의 종횡무진 활약, 그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홈즈는 지나는 사람의 행색을 보고 어떤 일에 종사하는지, 담뱃가루 재로 어느 상표의 담배인지를 안다. 발자국의 깊이나 보폭 거리를 가지고 인물의 몸의 상태도 짐작한다. 과학 수사의 일종이겠지만 의문도 남긴다. 그 의문을 불식시키는 게 소설의 힘이기도 할 것이다.

   살인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경찰국 소속 형사 두 명과 홈즈가 나선다. 홈즈의 동반자이자 서술자로서 왓슨이 등장한 것도 이 소설부터다. 두 형사가 용의자 추적에 나섰지만 실패하고, 홈즈가 범인을 제 발로 걸어 들어오게 하는 걸로 1부가 끝난다면, 2부는 살인의 단초가 되는 이전 배경 이야기다. 유타 주의 모르몬교의 확장 속에 타종교의 배우자를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탈출과 살인과 복수가 얽히고 마침내 홈즈가 이를 깔끔하게 정리한다는 식이다.

   홈즈 개인의 출중한 추리가 빛난 것이지만 공을 두 형사가 가로채는 것은 갑을 관계의 횡포를 닮긴 했다. 주홍색은 죄를 의미하는, 왓슨의 보고서 제목이기도 한데, 잘못된 제도와 폭력이 죄를 양산하는 바탕이란 생각도 해보게 된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