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우포늪, 걸어서
손남숙, 『우포늪, 걸어서』, 목수책방, 2017.
지리산이 좋아 지리산에 깃들어 사진을 찍고 시를 남기는 시인이 적잖은 줄 안다. 우포늪도 그렇다. 우포 곁에 눌러앉아 우포의 사계와 우포의 생명을 사진이나 노래나 시로 남기려는 사람이 또한 적잖은 것이다. 시집 『우포늪』에서 포플러나무의 두 가지 색이, 새들이 숨기 좋도록 한 것이라며 우포의 풍경 속 비밀까지 들려주던 손남숙 시인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책은 시인이 시집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를, 사진과 글로 엮은 책이다.
우포늪이 갖는 매력에 대해선 우포에 오래 머물면서 직접 경험해 보고 느껴 보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대개 그런 여건이 되지 않는 만큼, 우포 이야기를 미리 듣고 마음에 그리다가 다녀가게 된다면 우포를 더 실감나게 만나는 방법이기도 할 텐데, 이 책을 참고해야 할 목록의 상단에 두어도 좋을 것이다. 이야기를 조금 따라가 보자.
마름, 개구리밥, 생이가래 등 익숙한 이름을 불러주면서, 마름잎이 수면 위로 살짝 뜨듯이 있는 건 개구리밥과 생이가래가 밑으로 들어오는 걸 봐주는 거라고 얘기한다. 여기에다, “옛적부터 늪가 사람들은 마름 열매 속에 든 녹말로 떡과 수제비를 해 먹었다. 가시연꽃 씨에서 얻은 가루는 죽을 쑤어 먹고, 올방개에서 얻은 가루로는 묵을 쑤어 먹었다”며 이 곳 주민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이야기도 들려준다.
우포늪과 거기 깃든 생명에 대한 시인의 애정은 깊다. 새끼가 있는 둥지를 지키는 꼬마물떼새 부부가 궁금하긴 해도, 자신을 보고 당황하지 않도록 거리를 유지하며 “날개 한쪽을 바닥 쪽으로 향하게 하고 마치 다리를 다친 것처럼”하는 꼬마물떼새의 연기에 기꺼이 속아 준다. 끝내 방해가 될 것 같으면 자신이 사라지는 쪽을 택한다.
시인은 하천 정비 사업으로 그 많은 물떼새 둥지가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한다. 인공적인 것은 그것이 자전거라고 해도 달갑지 않다. 반대로, 큰 비가 오고 인근 낙동강물이 역류하면서 우포늪의 생태를 새로 쓰는 풍경에 대해선, “범람은 사람에게는 자연재해지만 동식물에게는 삶을 반전시키는 대담한 사건이라는 것”을 말한다.
시인은 왜가리 말도, 미루나무의 말도 곧잘 알아듣는다. 여기, 우포늪의 미루나무가 사지포의 미루나무에게 전하는 말을 옮겨 적는다.
“거긴 어떤가요, 지낼 만한가요?”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