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왜, 호찌민인가

톰소여와허크 2017. 7. 13. 03:31

송필경, 『왜, 호찌민인가』, 에녹스, 2013.


- 의사이기도 한 저자가 베트남과 호찌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뭘까.

“현대 시에는/ 반드시 강철이 있어야 한다”는 호찌민의 옥중 시와 이를 번역해서 소개한 김남주 시인의 삶과 시편들, 코페르니쿠스적 충격을 주었다는 리영희의 ‘전환 시대의 논리’, 대학 시절 스승을 통해서 알게 된 본 회퍼의 ‘옥중서간’ 등을 지나오며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읽게 되고 자연스레 호찌민에 대한 관심도 키웠을 것이다.

글의 첫 장에서는 ‘전쟁은 사랑의 적’(난쏘공의 조세희 작가는 ‘전쟁’ 자리에 ‘지나친 부’를 넣은 바 있다)이라고 했던 탄타오 시인을 인용한다. 역사는 곧 윤리의 문제와 직결됨을 깨달은 저자는 윤리 구현을 위해서라도 자신의 어두운 역사를 드러내고 고백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글도 베트남을 식민 지배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간섭했던 중국, 프랑스, 일본, 미국, 한국 등이 베트남 민중을 어떻게 대했는지, 그리고 베트남 사람들은 어떻게 저항의 자세를 잃지 않고 승전국의 지위를 갖게 되었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호찌민의 인간됨을 말하면서,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게 마련이다’라는 괴테 말을 인용하기도 했던 저자는 베트남 곳곳을 다니면서 자신이 공부한 것을 확인하고 그러면서 앎을 더 확장시켜 나간다. 노력하고 방황하는 가운데 호찌민은 “내면을 견고하게 다진 인간의 전형”이 되어가고 저자는 그런 호찌민을 마음으로 좇는다. 그 과정에 “마르크스 완장을 찬 지식인들은 인민에게 군림해서는 안 된다”는 호찌민의 당부 말을 곡진하게 받아들인다.

실제, 혁명의 주체가 되어야 할 세력이 돈과 권력을 잡고 부를 세습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현실에서 그런 유혹을 피해 간 인물로 호찌민을 기리는 것이다. “호찌민이 남긴 위대한 유산은 승리한 혁명뿐만 아니라,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검소한 생활습관과 높은 도덕성이다. 근검, 간소, 겸손에 욕심 없는 무소유 그 자체다”라는 말에서 호찌민이란 인물에 대한 호감이 어디에 연유하는지 짐작할 수 있겠다.

호찌민이 낡은 타자기로 자신의 뜻을 밝혔 듯이 저자도 왜 호찌민이어야 하는가를 꾹꾹 눌러 쓴다. 호찌민에 대한 비판적 접근도 필요한 일이겠으나 우선, 호찌민에게 배우고 들을 이야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