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영화로 보는 독일문화

톰소여와허크 2017. 7. 16. 09:47



김창우, 『영화로 보는 독일문화』, 신아사, 2009.



- 미학적 측면과 상품성에 대한 고민이 함께 하는 장르가 영화임을 전제한 뒤 저자는 작가 의식이 뚜렷하고 시대상이 잘 반영된 독일 영화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독일 영화를 개괄하면서, 이때의 영화를 대면할 기회가 흔하지 않음을 고려하여 영화 줄거리를 친절하게 소개한다. 또한, 독일 역사와 독일인의 생각이 영화에 어떻게 담겨 있는지도 두루 살핀다. 세 꼭지만 따라가 보자.

먼저, 폴커 슐렌도르프의 <양철북>(1978-79)이다. 귄터 그라스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나치스 시대의 독일을 소년 오스카의 시선으로 그려낸 것이다. 어머니의 불륜을 목격하며 성장을 멈춘 아이는 멸시나 체벌 등이 가해질 때 괴성을 지르거나 양철북을 두드린다. 이러한 장면은 “거부와 저항”의 의미가 다분하다. 선량한 아버지가 나치 당원이 된 것을 두고, 파시즘이 일상으로 파고든 양상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한다. 전쟁으로 인해 주변 인물들이 하나 둘 희생당한다. 소설 속 오스카는 이 모든 것을 정신병원에서 회상하고 있지만 영화는 좀 다르다고 한다.

플로리안 헹켈 폰 도너스 마르크의 <타인의 삶>(2006)은 슈타지(동독 국가보안부) 기관원에 의해 일상으로 자행된 감시와 도청에 대한 영화다. 반체제 예술가의 도청을 담당했던 직원이 오히려 그의 예술에 조금씩 감화되어, 원고가 든 타자기가 압수되지 않도록 도와준다. 주어진 명에 따라 충실하게 기계적으로 사는 삶에서 벗어나서,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면서 “타인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끝으로, 볼프강 베커, <굿바이 레닌>(2003)이다. 앞서 <타인의 삶>이 통일 이전의 통제된 사회를 그리고 있다면, <굿바이 레닌>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통일 그 이후의 사회상을 문제 삼고 있다. 열렬한 사회주의자인 어머니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흡수통일된 사실을 알게 되면 충격을 받을까 봐 가족이 연기를 하는 내용이다. 인위적 사회주의 공간에 들어와 연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이전 시절이 평등한 가운데 쓸모 있는 사람으로 대우받던 면도 있었음을 상기하게 된다. 굿바이-, 작별의 인사를 놓아야 할 대상이 무 자르듯 한 쪽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생각하게 한다.

이상에서 보듯 짧은 시간에 독일을 이해하는 창으로 영화만 한 것도 드물 것이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