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바람커피로드
이담, 『바람커피로드』, 지와수, 2017.
책 제목에서 베를렌으로부터 ‘바람구두를 신은 사내’로 불린 랭보가 연상된다. 아프리카에 간 랭보가 한때 커피 중개인으로도 일했다고 하니, 두 사람은 개인 사정이야 어찌되었던 여행 중독에 커피 중독일 가능성도 있겠다.
커피 여행을 꿈꾸던 저자는 마흔 중반을 훌쩍 넘어서야 마침내 커피 트럭을 장만해서 전국을 돈다. 푸드 트럭으로 허가를 받고 장사하는 쪽보다는 페북이나 메신저로 행선지를 알리고 지인의 초대를 받아 움직이는 쪽이다. 조금씩 소문이 나면서 지방 행사에 초대를 받아서 커피를 내리기도 하고, 나중에는 티비 방송과 다큐 영화까지 찍게 된다.
저자는 소원을 상당 부분 이뤘다. 어디든 맛있는 커피를 내리고 커피 이야기를 나누며 그것에 만족해하는 반응을 보람으로 받아들이고 다음 여행 경비를 벌충할 수 있으면 족하다. 그 과정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귀한 인연들이 생긴다. 강릉의 라라무리 바닷가 카페의 부부, 통영의 선셋 게스트하우스의 시인, 부산의 바람종카페의 사장과의 인연도 커피를 통해서 맺어지고 이어진다. 커피 향처럼 연하기도 하고 진하기도 한 인연의 향이 여행의 묘미를 더하는 것이다.
더러 커피 맛이나 커피 값 오천 원에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이 있으면 “커피를 마시면 마음이 움직이기 때문에 그만한 가치가 있죠”라며 더 맛있는 커피를 내리려 노력한다. 여유가 있을 때는 개개인의 개성에 맞게끔 커피를 내리기도 한다. 과테말라의 안티구아, 에티오피아의 콩가 내추럴, 시다모, 예가체프, 케냐의 피베리, 인도네시아 만델링 등등 내겐 다 생소한 이름이다. 대구 물레책방에서 다큐 영화(현진식 감독)를 보고 저자가 내린 커피 몇 잔을 직접 맛보기도 했으니 이 중에 하나쯤은 먹어 봤을지도 모른다.
그때도 어느 커피 맛이 더 좋은지 애매하긴 했는데, 실제 커피 맛에 대한 기호는 사람마다 다르다. 이에 저자는 “커피에 대한 자신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좋은 커피는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나는 그것을 믿고 커피를 계속하기로 했다”며 커피 여행의 동력을 싱싱 불어넣는다. 바람구두는 한 번 신으면 벗기 힘든 게 분명하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