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마음의 여행자

톰소여와허크 2017. 8. 17. 00:27

한스 크루파(서경홍 역), 『마음의 여행자』, 조화로운삶, 2006.


- 단편 모음집이다. 소설 주인공들은 물질적 욕망이나 개인의 성취욕이 개입되기 쉬운 현실에 무비판적으로 편입되지 않으려는 정신을 갖고 있다. 정신적인 모험과 영혼의 평화를 추구해 나가는 마음의 여행자인 것이다.

<천사의 생애>편은 천사 같은 마음을 가진 아밀라가 꽃과 나무와 나비와 벗하다가 학교라는 제도 교육에 들어가면서 기질이 다른 아이들을 벗하기를 어려워하며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자, 부모는 걱정하면서도 견뎌야 할 시련으로 받아들인다. 의무교육을 피하기도 어렵고 아이가 이 과정을 이겨내는 과정이 필요하리란 생각으로 아밀라의 의사에 반해서 학교에 내보내다가 결국 천사를 읽게 된다는 이야기다. 아이 안에 어른스러움이 있음을 알면서도 아이의 의사결정권을 무시한 대가다. 물론, 아이가 좀 더 건강했으면 많은 게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불행이 찾아오기 전에 아이 목소리에, 약자 목소리에, 소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훈련이 필요해 보인다.

<웃음의 치료사>편은 조그마한 일, 사소한 반응에도 웃음을 터뜨리는 청년 레노가 스승의 이해 속에 웃음을 주는 치료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삶의 무게에 눌린 채 경직되어 웃을 줄 모르는 사람에게 레노는 “하루라도 빨리 등에 짊어진 짐을 내려놓으십시오. 그 짐을 바닥에 팽겨쳐 버리고, 그렇게 오랜 세월 짐을 지고 다닌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았던가 한껏 웃어 보십시오”라고 한다. 그리고 그 손님이 보인 표정이나 반응을 즐거워하며 웃음을 터뜨리는데 이런 천진함과 유쾌함이 손님 마음의 빗장을 열게 하며 쓸데없는 불안이나 걱정거리를 없애는 데 도움을 준다.

레노는 점점 유명세를 치르고 후한 사례를 받지만 이런 것과 상관없이 그의 웃음은 줄어들지 않는다. “진정한 유머란 자기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란 제법 진지한 말도 남기는데 이게 무슨 의미인지 골똘해진 당신 표정도 거울을 보는 순간, 웃길 것이다. 웃기면 참지 않는 게 삶의 영약이겠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