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소소책방 책방일지
조경국, 『소소책방 책방일지』, 소소문고, 2015.
- 몇 해 전,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를 읽고, 저자 부부가 있는 괴산 ‘숲속작은책방’에 들린 기억이 있다. 그 책에 소개된 진주 ‘소소책방’에도 들릴 기회가 있었는데 마침 이사 중이라서 다음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우연찮게 진주 갈 일이 다시 생겨, 소소책방을 검색해 갔더니 인근으로 또 이사 갔단다. 바뀐 주인이 친절하게 이사 간 위치를 짚어주어 게스트하우스 ‘뭉클’의 지하로 찾아 갔다. 입구에도, 책갈피에도 부엉이 그림이 곳곳에 눈에 띄어 웬 부엉이냐고 책방지기 겸 저자에게 물었더니 딸아이 작품이란다. 책방일지에도 이 대목이 보이는데 중2 딸로부터 “색을 칠해 달라, 더 세밀하게 그려 달라 등등의 부탁은 깨끗이 거절당했”다고 나온다.
책방일지에는 폐지로 버려진 스물다섯 권의 시집을 잘 간수한 이야기며 그 중에 조태일의 『국토』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개인적으로 어제아래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조태일의 『국토』를 골라 계산대에 갔더니 초간본이었는지 주인이 이만 원을 부른다. 책이란 게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에겐 대우를 받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그냥 폐휴지 취급을 받기도 하는 것이다.
저자는 책을 좋아해서 책방을 열고, 책을 읽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 읽은 것을 이렇듯 책을 통해서 엮으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책 소개도 겸한다. 본인이 좋다고 해서 남도 다 좋을 수는 없음을 저자는 안다. 책이 암만 좋아도 부모가 되어 자연스레 책을 읽는 모범을 보이거나 책방으로 안내할 뿐이지, “절대 아이들에게 강권하지 마십시오. 아이들이 읽을 책을 스스로 고르도록 두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말한다.
“독서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단순한 삶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저녁이 있는 삶’이야말로 독서의 전제조건이구요”라는 저자의 말처럼 여유 시간이 있어야 할 것이고, 다른 선택보다 독서가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 책 읽는 재미를 붙여 나가야 할 줄 안다.
강재훈 사진집인 『들꽃 피는 학교, 분교』를 헌책방에서 구입한 사정을 얘기하던 저자는 작은 학교가 더 좋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경제적 논리에 충실한 학교 통폐합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데, 나 역시 생각이 다르지 않다. 더 열악한 지역, 더 소외된 지역에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함으로써 부모와 학생이 선택할 기회를 주도록 하는 게 교육평등 정신에도 부합할 것이다.
저자와 짧게 만났지만 책을 통해 소통하는 소소한 기쁨은 좀 더 길게 이어진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