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공자는 가난하지 않았다

톰소여와허크 2017. 9. 4. 22:13

리카이저우(박영인 역), 『공자는 가난하지 않았다』, 글항아리, 2012.


   이 책은 중국 유명 인물들의 재산 정도를 문헌과 기록물을 찾아서 고증하면서도 인물 됨됨이에 대한 평가나 일화를 더하기도 한다. 좁쌀 등 당시의 현물이 어느 정도의 교환가치를 가졌으며 현재의 화폐 단위로 어떻게 환산되는지를 치밀하게 따져서 제시하지만 그 밖의 이야기가 더 흥미롭긴 하다.

   공자의 경우, 정실이 아니라 두 번째 첩에서 나온 자식인 데다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어서 첩의 자식에다 결손 가정이라는 조건을 두루 갖추었다. 이런 경우 어릴 때부터 억압과 차별을 받기에 변화와 혁명에 대한 갈망도 클 것이라고 말한다.

   공자는 사립학교를 운영하며 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으니 돈이 부족한 사람도 아니고 씀씀이가 적은 사람도 아니었다. 제자 안회가 죽었을 때 관을 담을 곽을 마련하기 위해서 수레를 팔려는 것을 굳이 막은 사실을 두고 공자의 인색함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단다. 평민에게 곽을 쓰는 거나 조정에서 지원해준 수레를 파는 것은 예가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공자는 타고 다닌 말을 제수로 기꺼이 내놓거나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돈과 선물을 건네는 인정이 유난했던 사람으로 저자는 기록해 둔다.

   묵자에 대한 평가도 우호적이다. 큰 전쟁을 세 번이나 막아냈기에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부족함이 없단다. 평화 구축은 단순한 언변이나 운에 기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으로 두려움을 이겨낸 이유가 크다고 보는 것이다. 묵자는 “빈부귀천이나 국적을 가리지 않고 세상에 태어난 생명을 모두 존귀하게 여긴 겸애주의자”이며 동시에 검소한 삶을 실천했다. 융통성 없이 극한의 고생을 자초했다는 장자의 평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일화로 반박한다.

   “제나라가 노나라를 공격하는 것을 막으러 갈 때, 제나라 임금이 옷차림과 겉치레를 중시한다는 사실을 알고 순조롭게 임금을 만나기 위해 거친 삼베 윗도리를 벗고 비단 두루마기를 입었다고 한다. 여기서도 묵자가 상황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라고. 또한 묵자는 “한 사람의 수중에 생활의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하고도 돈이 남는다면 그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나누라고 가르쳤다”고 하니 이상사회의 한 모델로 부족함이 없겠다.

   조조에 대한 평가도 인상적인 만큼 원문을 옮겨 놓는다.

   “전형적인 수전노라고 할 만큼 조조는 자신을 위한 소비에는 시시콜콜 따졌고 물질적인 향유를 거부했다. 반대로 꼭 써야 할 때는 거리낌 없이 대범하게 썼다. 즉 ‘천금도 아까워하지 않고 공로에 적합한 상을 내렸다.’ 이유는 간단하다. 부하들에게 돈을 쓰는 것은 권력을 강화하고 힘을 키우는 데 유용하며, 조조와 같은 정치가의 눈에는 권세와 힘이 사소한 물질적인 풍요보다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조조가 좋은 사람은 아닐지라도 정치가로서는 뛰어난 인물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