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두잉 데모크라시

톰소여와허크 2017. 9. 22. 11:51




두잉 데모크라시<공범자들>

 

 

  -두잉 데모크라시는 인디고 서원에서 엮은 책 이름이고, 내용은 제목대로 민주주의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방법을 담고 있다.

인디고 서원은 청소년들의 인문 토론의 장을 기획하고 운영하여 성과를 내고 있는 책방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공부와 토론의 과정을 정리한 게 두잉 데모크라시. 청소년들이 제시하는 민주주의 기술은,

귀 기울여 듣기 -> 창조적으로 논쟁하기 -> 중재와 협상하기 -> 정치적 상상력 발휘하기 -> 공적 대화에 참여하기 -> 함께 결정하기순이다.

 

프란시스 무어 라페의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빌려와서 각 과정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귀 기울여 들어야 사람들 사이 유대와 신뢰 관계를 형성하게 됨을 말하며, 그런 중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으려고 노력하고 면밀한 질문을 하는 것도 듣는 요령으로 소개하고 있다.

어떤 사회든 갈등은 불가피하다. 갈등은 문제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하고, 더 많은 선택권을 갖게 하며, 그 자체가 배움의 과정인 면도 있다고 말하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창조적으로 논쟁할 줄 알아야 한단다. 그 실천 방법은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거다. 차이를 좁히기 위한 노력으로 중재가 필요하고, 더 나은 공동체 미래를 구상하는 데 정치적 상상력이 쓰여야 한다는 요지의 말이다.

공론이 미디어에 의해 장악되는 현실에서 탈피하여 얼굴을 마주 보고 공적 문제에 관한 지속적인 대화의 장이 있어야 하고, 그 이후 함께 결정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할 것도 언급한다.

정리하자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밝히되 타인의 생각도 읽어 주고, 대화하고, 토의하고, 합의 도출을 위해 인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걸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게 민주주의가 아닐까 싶다.

 

  영화 <공범자들>을 통해 들여다본 방송국 상황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기자와 피디가 준비한 기사와 보도 자료가 보도국이나 그 위에서 게이트키핑 당하고, 기사나 프로그램의 성격을 재단하여 함부로 내리거나 인사 조치하는 일련의 과정이 폭압적이다. 집회나 파업으로 맞서기도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는 관료는 요지부동이고 한 명 한 명 검찰에 불려가거나 자신의 자리를 대신하는 사람들을 보며 운동의 동력이 떨어진다. 갈등 조정 역할을 해야 하는 위원회는 협의하고 조정하는 역할 대신, 결과적으로 한쪽 목소리를 대변하는 거수기 역할밖에 못한다. 심의 기구의 조직이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느냐는 문제도 있겠지만 현실을 보는 인식 부재와 대화와 중재의 기술이 부족한 탓도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해직 기자가 지난 10년을 돌이켜, 기록하는 데 의미가 있었다는 취지의 말을 남긴다. 삶은 엉망이 되었지만 침묵하지 않았다는 데서 위로를 느낀다고도 했다. 아니,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침묵했던 다수가 침묵하지 않은 사람으로 인해 위로와 미안한 감정을 느낀 것을 당사자가 그런 말을 한 걸로 착각했을 수도 있겠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민주주의는 함께 살아가기라고 했던 이오덕 선생의 말에 밑줄을 친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이 인사권이나 재량권을 남용할 게 아니라, 자신의 권리를 나누어 공론의 장을 만들어 주고, 진실이 무엇인지 계속 토의하는 분위기를 마련해 주면 딱 좋을 것이다. 다수를 따르되 소수의 이해를 구하며, 함께 살아가려는 노력을 다하는 민주주의에 살고 싶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