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밥나무 / 박일환
바오밥나무 / 박일환
마다가스카르 섬으로 가자
가서 바오밥나무를 만나자
나는 왜 이렇게 못 생겼을까?
불평을 참다못한 하느님이
뿌리를 뽑아 거꾸로 심어버렸다는 나무
그래서 가지가 뿌리를 닮았다는 나무
우리 집은 가난해서 성형수술을 못 하니
마다가스카르 섬에 가서 하느님께 빌자
내 얼굴을 땅에 박아주세요
차라리 발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해주세요
저기 바오밥나무 한 그루 걸어오네
번번이 입사면접시험에서 떨어지는 졸업반 우리 언니!
-『학교는 입이 크다』, 한티재, 2014.
* 바오바브(바오밥)나무는 아프리카 특산종으로 수령 1500년 이상인 나무도 마다가스카르 섬에 집중되어 있나 보다. 이 나무는 『어린왕자』에도 등장하지만 유독 이 부분은 동화적이지 않고 오히려 냉정하게 그려져 있다. “바오밥나무는 자칫 손을 늦게 대면 어쩔 수 없게 됩니다. 그것은 별 전체를 온통 뒤덮게 되고 뿌리로 별에 구멍을 뚫는 것입니다”라며 나쁜 씨앗에서 시작된 나쁜 식물이니 눈에 띄는 대로 뽑아버려야 한단다. 이 우주별에서 같이 있어서는 곤란한 그 무엇에 생텍쥐페리가 바오바브나무라는 이름을 주었는지 모른다.
지구별의 바오바브나무는 워낙 고목인데다 둥근 몸피에 뿌리 형상의 가지로 이색적 느낌을 자아내며 여행객의 시선을 끌고 있다. 나무가 너무 걸어 다녀서 또는 나무가 너무 입으로 나불거려서 그게 못마땅한 하느님이 나무를 제자리에서 뒤집어 버렸다는 전설이 있는 걸 보면, 확실히 뒤집히긴 한 모양이다. 지구별 한쪽에 그 하느님의 신통력을 다시 빌고 싶은 마음이 모여 있으니 성형수술로 크게 주목받으며 성형 공화국이 되어가는 한국이다.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것이야 본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얼굴을 화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몸을 옷과 액세서리로 꾸미는 수준을 넘어서서, 피부와 골격까지 깎거나 가공하는 일도 대수롭지 않다. 확 바뀌어 가는 이런 세태를 두고 시인은 단순한 외모지상주의로 치부하지 않는다. 청소년의 시각을 빌려, “번번이 입사면접시험에서 떨어지는 졸업반 우리 언니!”의 일이 곧 자신의 일이 되는 위기감이 성형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취업은 단춧구멍 통과하기요, 여성의 취업은 바늘구멍 통과하기요, 외모가 예쁘지 않은 여성의 취업은 더 어렵다는 소문이 현실로 하나, 둘 드러나는 상황이라면, 성형만을 탓할 수도 없다. 개성을 간직하고 자기를 가꾸라는 이야기도 남의 다리 긁는 억지로 여겨질 테니까 말이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어린왕자의 말을 아직은 믿고 싶다. 성별로, 외모로 차별받는 세상일 것 같으면 “뿌리를 뽑아 거꾸로 심어버렸다”는 역전이 꼭 필요하다. 천지가 뒤바뀐 끝에 평등세상이 오기를 새로 꿈꿔 보는 것이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