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헛전화

톰소여와허크 2018. 2. 28. 02:28




김한성, 『헛전화』, 수필미학사, 2014.



- 수필집을 읽으며, ‘작은 통일 큰 통일’이 우선 눈에 들어온다. 성황리에 끝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우여곡절 끝에 한반도기를 사용했던 터라, 2002년 부산 아시아 경기대회에서 한반도기를 흔들며 남북한 응원단이 조국 통일을 함께 외쳤다는 내용이 눈에 밟히지 않을 수 없다. 통일 문제에 대해선 15년 동안 뺄셈만 해온 셈이다.

1976년 재일동포 설날 성묘단이 30년 만에 고국을 찾아 이산가족을 상봉할 즈음, 저자는 시골 초등학교 5학년 담임이었다(재일교포 간첩단 (조작) 사건은 1975년이다). 반 아이 중 부모를 차례로 여의고 친구와 어울리지도 못하던 장미혜가 이산가족 상봉을 보고 글쓰기를 한다. 헤어진 지 2년도 안된 자신도 부모가 보고 싶은데, “30년 동안 가족을 만나지 못했던 재일동포들은 얼마나 엄마가 보고 싶었으며, 아빠를 그리워했을까요?”라는 내용이다. 저자는 이 글을 크게 칭찬하며 미혜의 사기를 북돋우어 준다. 재일동포와의 만남이 작은 통일이라면 남북의 만남은 큰 통일이 될 것이라며, “나는 오늘 저녁 남북통일이 이루어지는 꿈을 꾸렵니다. 그리고 보고 싶은 엄마 아빠도 만나 보렵니다”로 마무리되는 미혜의 글은 내가 봐도 식견이 어른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저자는 미혜의 글을 학급신문에도 싣고, 서울 대회에도 보내 최고 상을 받는 데 담임으로서의 역할을 다한다. 서울에 다녀온 미혜가 밝아진 모습을 보이는 걸 보람으로 알지만, 그런 미혜에게 의지하던 형부마저 세상을 떠나는 불행이 이어지자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40년이 훌쩍 지나 장미혜 씨는 이번 평창 올림픽을 어떤 마음으로 보았을지 궁금하다. 저자는 그 후 몇 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며 독서교육에 힘쓰고, 정년 후부터 현재까지 재능기부로 한자교육을 하고 있는 줄 안다.

새 학년 새 학기 새 만남을 앞둔 이 시점에, “시작은 언제나 두려움을 데리고 다닌다. 학생들은 일 년 중 3월에 가장 키가 작게 큰다고 한다. 시작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언제 올지 모르는 종말을 생각하기보다는 새로운 시작을 하는 모두에게 용기를 가지고 아름답게 출발할 수 있도록 정겨운 눈길을 보내야겠다”(‘시작과 끝’중)는 마음가짐이 봄밤처럼 다정하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