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밥벌이의 지겨움
김훈, 『밥벌이의 지겨움』,생각의나무,2003.
자전거 풍륜으로 전국을 누비고, 인라인스케이트로 이 땅의 표면 위를 미끄러지면서 놀겠다고 했던 소설가 김훈의 에세이다. 에세이인 만큼 소설에 녹아 있는 작가의 생각보다 좀 더 직접적으로 삶과 사회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들을 수 있다.
그중에 밥에 대한 고민을 들여다본다.
“밥벌이에 아무 대책이 없다. 그러나 우리들의 목표는 끝끝내 밥벌이가 아니다”(‘밥벌이의 지겨움’)라는 두 문장 사이에 작가의 생각이 깊다. 앞 문장은 밥을 벌지 않고 어떻게 삶을 살아갈 재간이 없다, 어쩔 도리 없다는 뜻을 품고 있다. 뒷 문장은 그럼에도 우리 삶의 목표가 밥은 아니지 않느냐. 휴식도 필요하고 다른 무엇도 필요하지 않느냐는 거다. 밥은 그 자체로 생산의 의미를 갖지만 이 책도 작가의 생산이다. 밥보다 나은 생산이라고 믿기도 하겠지만 시장에 나오는 순간, 돈으로 밥으로 환산되는 것도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밥을 고민하는 게 일차적이라고 해서, 밥에서 벗어날 것을 고민하는 게 더 중차대한 것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다만, 이 고민의 기록은 유의미한 것이라고 적어둔다.
시위군중가 전경과 기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것을 본 작가는, “밥은 누구나 다 먹어야 하는 것이지만, 제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밥만이 각자의 고픈 배를 채워줄 수가 있다. 밥은 개별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밥에 대한 단상’)라고 했다. 짧은 글에서 그 개별성과 그 보편성이 어떻게 드러나고 구별되는지 명료하지 않지만 작가의 다른 소설에서 암암리에 혹은 대놓고 그 고민의 흔적이 확장되어 나타나 있으리란 생각은 든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