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에세이> 방탄 차력사의 오늘 이야기
차경호, 『방탄 차력사의 오늘 이야기』, 노느매기, 2018.
부지런하고 입담 좋은 차력사쌤(차경호 역사 선생님)이 그간의 방탄(방송 탄) 원고를 묶었다.
어제는 남북 대통령이 판문점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 확대와 함께 종전을 선언하기로 합의한 날이다. 변화에 대한 기대로 저자의 오늘 이야기가 더 솔깃해진다.
역사에서 배운다는 이야기를 늘 듣지만 역사 국정교과서 논란 등 배우는 내용에 대해선 이견이 많다. 휴전 이후, 한쪽 목소리는 뚝 떼어져 반대쪽에 있고 상호 적대시하는 기간이 너무 길었다. 정권에 따라 화해 분위기가 잠깐 나타났을 뿐, 열강과 집권 세력의 이해관계 속에 70년 세월, 분단은 콘크리트였다. 그 분단을 지우려는 지난 노력들을 대해서 당사자는 대가를 치러야 했고 저자는 그 입장을 제대로 평가하려고 애쓴다. 때로 직설적으로 때로 노회하게 역사적 장면에 대해 들려주는 목소리는 이전의 시각을 조정하게끔 당기고 놓아주는 탄력성이 있다.
단일화를 합의했던 신익희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이승만과 대결했던 조봉암, 이승만이 북진통일을 주장한 반면에 조봉암은 평화통일을 주장했다. 진보당을 창당하고 다음 대선의 유력한 주자였지만, 간첩 혐의로 사형당하고 만다(2011년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는다). 이후, 정권의 걸림돌이 되는 인사들을 용공 혹은 종북 혐의를 씌워 활동을 제한하거나 죽음으로 내모는 지경까지 이르니, 일반 시민들도 자기 시각을 갖고 자신의 생각을 소신 있게 말할 자유를 스스로 검열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 것이다.
“참다운 민주주의의가 무엇인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들의 정치 지반인 전근대적인 유제가 위협을 당하면 용공이니 빨갱이니 하는 상투적인 술어로 상대 세력을 학살시켰던 것이 한국적 매카시즘의 아류들이 저질러온 행적이었다”. 이 말은 조봉암이 했을 법한 말이지만 실제, 주인공은 남로당 가담 전력이 있는 박정희다. 그럼 왜? 조봉암은 왜? 박정희는 왜? 질문이 이어질 만하지만 저자는 독자들이 판단하도록 생각의 여지를 남겨둔다.
저자는 세종과 정조의 리더십을 재조명하기도 하고, 김구, 장준하, 김원봉, 박상희(박정희의 형), 전태일, 인혁당 희생자 등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잘 간추려 들려준다. 인물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현재의 문제 장면이나 인식과 결부지어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는 사고의 폭을 넓혀준다.
앞서 국정화 논란과 관련해서, 민주주의 대신에 ‘자유 민주주의’를 쓰고 싶어 하는 일단의 사람들과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대립된 바 있다. 저자의 입장은 명쾌하다. “자유주의는 국가의 통제보다는 개인의 자유를 우선하며 자유로운 시장 거래와 경쟁 체제를 통한 이윤 획득을 추구”한다. 반면에 ‘사회 민주주의’는 과열 경쟁이나 빈부 격차 등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복지 국가를 지향”한다.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결국, 두 가지 입장을 다 갖고 있는 것인데, 자유 민주주의만 편드는 것은 자유 경쟁의 정당성만 강조하면서 강자 중심의 사회로 발전해야 논리가 깔려 있기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나 사회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간과하기 쉽다고 말한다.
저자가 생각하는 바른 역사에 대한 고민이 짚이는 부분이다. 거북선을 누가 만들었을까? 여기에 쉽게 이순신이라고 답하는 태도에 의문을 갖는다. 거북선을 설계하고 공사하는 과정을 총괄한 나대용이라는 군관이 있었고, 많은 목수들과 대장장이들 그리고 수병들이 거북선을 만드는 데 참여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영웅사관과 민중사관의 접점에 대해서 저자는 이렇게 생각한다. “민중의 삶을 살면서 민중의 아픔을 공감하고 치유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진정한 영웅으로 등장하는 사회면 된다고. 지금 그런 시대로 가고 있는지 생각이 다를 순 있겠지만 그런 시대로 가게끔 깨어 있어야 할 필요를 배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