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사진집> 휴먼 선집

톰소여와허크 2018. 5. 2. 20:35




휴먼 선집(최민식 사진집), 눈빛출판사, 2012.

 

 

일본 유학 시절, 헌책방에서 우연히 봤던, 사진집 인간가족(The Family of Man, 에드워드 스타이켄 기획·전시, 1955)이 최민식의 운명을 흔드는 사건이 되었다. 자신이 평생 걸어야 할 길과 방향까지 책 한 권이 꿰뚫은 셈이다.

휴먼 선집40년 가까이 작업한 휴먼14집에서 사진과 글을 선한 것이다. 소개된 사진은 피난지 부산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1950년 후반부터 2000년 초까지 시장 사람들, 거리의 소소한 풍경들, 신문배달 소년 등에 카메라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가의 사진엔 화사하게 웃는 미소는 있어도 잘 차려입거나 행세하는 사람은 없다. 다들 가난하고 입성이 초라하다.

나는 서민들의 주변에서 삶의 진실성과 가식 없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포착하려고 노력해 왔다든지 나의 사진 공간은 가난하고 낮은 밑바닥 인생의 현실이다. 분위기나 묘사로 대상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영위하는 삶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다라고 말했던 작가 정신이 사진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최민식 사진가의 작품 중, ‘할머니가 등 뒤의 손자에게 국수 먹이는 장면’(부산 1965- 언양장터라는 말도 있다)에 오래 머무른 적이 있었다. 따스함보다는 슬픔이 더 컸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 글로 풀어낼 재간이 없다. “나의 진짜 이야기는 인간의 사랑에 관한 것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사진의 힘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 사진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어떻게 사랑을 가르쳐 주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나는 내 사진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는 작가의 말에서 사진 한 장의 힘을 믿는다.

일전에 천상병 시인의 사진을 검색하다가 조문호 사진가의 작품 몇 점을 반가이 만났다. 조문호 사진가도 최민식의 사진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깨치게 되었다고 했다. 사진에 담긴 진정이 사진 밖의 사람에게 스며든 것이다.

사회의 어둡고 가난한 곳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찍은 사진들이 성장과 치적을 자랑해야 하는 정권의 눈에 곱게 보였을 리 없다. “밤마다 나는 계속 권력자 앞으로 불려 갔다. 하지만 나는 아침이면 다시 일어나 카메라를 들고 또 길을 걸었다는 말에서 보듯 진실은 저항하는 힘을 통해서 울림을 키워가는 것임을 알게 한다.

사진에 대한 작가의 다음 말은 시 쓰기나 다른 예술 창작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명문이 아닐 수 없다.

 

항상 자기가 무엇을 찍고 싶은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자기를 흥분시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무엇인가를 모른다면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들 수 없을 것이다라는.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