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시)

그 소리 / 김혜숙

톰소여와허크 2018. 5. 3. 16:23




그 소리 / 김혜숙

 

 

봉재산*은 오늘도 뻐꾹뻐꾹 다가온다

텃밭의 지하수 물소리에도

설거지통에 손을 담근 그곳에도 운다

 

어린아이 콧물 닦아 주며

재 넘어 잔칫집 가실 제

덤의 무게를 등에 붙이고

징징대는 성가심도 가슴에

찔러 넣고 떡 한 조각 얻으러 간다

 

그때도 지금도 뻐꾹새

숲에 숨어 우는 소리

내 곁에 부는 따뜻한 임의

다정한 소리 조용히 눈앞에

어른거리다가 반쪽 가슴

절뚝대며 봉재산을 넘어갈 때

땅끝 마을 어귀에서 들리는

외할머니 음성

 

 

* 양평 옥천면 용천리 은월마을 뒷산

 

-어쩌자고, , , 2018.

 

 

- 유년의 추억이 서린 고향은 그리움의 대상이다. 김소월은 조상님 뼈 가서 묻힌 곳이라/ 송아지 동무들과 놀든 곳이라/ 그래서 그런지도 모르지마는/ 아아 꿈에는 항상 고향입니다”(고향에서)라고 했다. 고향을 멀리 떠날수록 그리움도 더하는지, 동향 시인인 백석의 고향을 읽게 된다면, 타지에서 병으로 앓아누웠다가 고향 의원의 따듯한 손길에 고만 눈시울이 뜨거웠을 시인을 만날 수 있다. 정지용은 고향에서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운 고향은 아니러뇨라며 고향 상실의 마음을 나타낸 바 있다.

김혜숙 시인도 고향에 대한 정이 각별하다. 실제, 태어난 고향이 아니고 외갓집 마을일 수도 있겠지만, 자주 다니면서 마음이 사무치는 곳이 곧 고향인 게다. 시인이 즐겨 쓰는 은월이란 호칭도 봉재산 아래의 마을 이름이다. 옛적, 외할머니가 어머니를 업어서 넘던 고개가 있었을 것이고, 그 어머니가 다시 딸을 업고 가서 외할머니와 어머니와 딸, 삼대가 반가이 마주하는 날도 있었을 것이다.

바깥에 있다가 고향 가는 마음이 늘 편하지는 않을 것인데, “반쪽 가슴 / 절뚝대며가는 길이 그렇다. 세상 고민과 근심 그리고 상처로 인해 몸과 마음이 여윌 대로 여윈 사정이 짚인다. 하지만 시인은 현실의 고단함보다 그리움에 더 많이 끌리는 모습니다. 힘든 반쪽을 반겨서 온쪽으로 안아주는 고향의 품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남쪽의 아무개는 김소월과 백석의 북쪽 마을로 가고, 북쪽의 아무개는 정지용의 남쪽 마을로 가서, 잃어버린 반쪽의 마음에 산바람 들바람 쐬어주는 상상을 해본다. 그렇게만 된다면, 사진작가이면서 동시에 시 낭송에 능한 시인은 봉재산을 기점으로 남북으로 바삐 움직여야 할 것도 같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