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그림 에세이> 바보 화가

톰소여와허크 2018. 5. 11. 08:14




몽우 조셉킴, 바보 화가, 동아일보사, 2011.

 

 

조셉킴 화가는 어릴 때부터 식당에서 김치, 고추장, 된장으로 식판에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계란 세 판을 삶아서 그 계란의 흰자와 노른자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기도 했지만 주위의 이해를 구하지 못하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했다고 한다.

건강이 악화되어 초등학교를 겨우 마쳤을 뿐이고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에도 시달린다. 그림을 그리거나 깎아서 만드는 일은 빠져드는 재미가 있었다. 독수리 그림을 그리고 나면, 자신도 그렇게 자유롭게 날면서 강해지는 기분이 생긴다. 인사동 거리에서 그림을 팔기도 하고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하다가 그림을 주선해주는 사람이 생겨 해외에서 전시도 했지만, 돈에 대한 결벽증으로 크게 이문을 남길 기회를 버렸으며, 도와주는 사람도 떠나게 한다.

실제와 비슷하게 그리는 그림이 사진 기술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고민이 있던 시절, 사진처럼 잘 그린다는 평을 듣고 왔다며 그림 주문을 받았을 때 왼손잡이 화가는 자신의 왼손을 스스로 못 쓰게 만든다. 생계의 막막함과 예술에 대한 방황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던 이즈음, 백석의 시를 읽고 크게 위로받는다. 남신의유동박시봉방의 느낌을 살려 여러 차례 그림으로 그린다. “나는 백석 선생님의 시를 통해 슬픔을 아름답게 노래하고 그림으로 표현해야겠다는 가르침을 받았다며 자신의 마음을 추스린다. 정주성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그림을 보면, “커다란 산새 한 마리”(화가를 이를 검은독수리로 표현함)가 마을 전체를 덮으면서 유유히 날아가는 모습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화가 자신이 백석의 시나, 백석의 제자였던 강소천의 동요를 들으며 위안을 받았듯이 어제의 슬픔과 내일에 대한 걱정으로 지금을 불태워 버리는 불쌍한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과거를 용서하고 내일로 기쁘게 걸어가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한다. 화가는 지금도 꿈을 그리고 있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