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대담집> 문학과의 동행

톰소여와허크 2018. 7. 9. 17:24









염무웅, 『문학과의 동행』, 한티재, 2018.

- 여덟 꼭지의 인터뷰 모음으로 된 이 책은 문학과 시대 그리고 인물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와 평이 흥미롭게 읽힌다. 인터뷰 내용에 따라 반복되는 부분이 있지만 이도 한 번 더 기억을 상기시키면서 도움 되는 면이 있는 듯하다.
저자와 인연이 있는 몇몇 인물에 대한 소개를 보자. 시인 이상의 「오감도」에 대한 평가는 저자도 쉽지 않은 부분인데 이상의 산문이 워낙 뛰어난 만큼 시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되는 면이 있다고 말한다. 김수영의 산문을 읽으면서도 평소 그의 열변이 글과 일치한다는 걸 알았다고 좋게 평가한다. 고은 시인도 꾸지람을 한참 들을 정도로 김수영의 열변은 대단했고, 저자도 김수영의 말을 들으며 자신이 한 단계씩 성장하는 걸 느꼈단다. 반면에 김수영이 소심하고 겁이 많은 사람이라는 고은, 김명인 등의 평에 대해선 다음과 같은 인상적인 말을 남긴다. 

“내 경험에 의하면 역사 속에서 진정으로 용기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겁이 많다는 것입니다. 깡패 비슷하게 껄렁껄렁하고 일상생활에서 거센 척하는 그런 사람들은 정말 용기가 필요할 때 힘든 일은 못 해요. 대개 겁 많은 사람들이 합니다. 진정한 용기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순간에 발휘되거든요.”

포로수용소와 반공 사회에서 신변의 위협을 거듭 느꼈을 김수영이 술에 잔뜩 취해 자신은 빨갱이가 아니라고 외치며 경찰서까지 자기 발로 찾아갔다는 일화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그러니 김수영의 열변이나 시편들은 불의한 시대와 콤플렉스화된 감정에 맞서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자기와의 싸움”에 치열했던 소산이기도 하겠다. 
문협의 김동리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또한 그를 섬겼던 이문구가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만드는 데도 역할을 다한 것을 평하며, “사람이 무던하면서도 문단에서 소외된 문인들 뒷바라지하는 걸 체질적으로 좋아했지요. 사실 이문구 자신은 뛰어난 작가이면서도 항상 자기만 못한 소외된 작가들 편에 서려고 했어요”라고 그를 추억한다.
이원수, 이오덕, 권정생에 대한 인연과 평도 솔깃한데, 이원수 선생이 주변을 화기애애하게 하고 웃기는 재주가 많은 반면에 이오덕 선생은 노는 것 절대 안하고 일에만 몰두하고 토론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재미나게 묘사한다. 저자가 보는 권정생 선생은 성인의 계열에 있는 사람이다. 오지인 봉화 춘양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저자가 봉화 명호의 삼동초등학교로 이오덕 선생을 찾아갔다가 그때 일이 계기가 되어 중앙정보부까지 출입하게 된 이야기는 오래된 흑백영화를 보는 듯 아련하지만 당시엔 인생 자체를 바꾸어놓을지도 모를 아찔하고 두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끝으로, 김용락 시인과의 인터뷰에서 저자가 밝힌 페이스북 이야기는 이렇다. 
“페북의 한 가지 단점은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것입니다. 뭐든 지나치면 해로움이 따르게 마련이죠. 그래도 여러 가지 유익한 정보, 좋은 논평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데에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어 당분간은 계속할 작정입니다”라는.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