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인권이란 무엇인가

톰소여와허크 2018. 10. 5. 15:19




김해원, 인권이란 무엇인가, 한티재, 2018.

  

지난 103, 세계 주거의 날을 맞이해서, 집은 인권이다를 외치며 몇몇 시민단체 주도의 가두행진이 있었다. 같은 날 인천퀴어문화축제가 무산된 데 따른 항의성 집회가 있었고 종교단체의 반대집회도 있었다.

독재와 사상 통제로 인권이 유린되던 시절뿐만 아니라, 나날이 벌어지고 있는 일들로부터 인권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며 책에서 본 몇 대목을 정리해둔다.

 

국가를 위한 개인개인을 위한 국가’. 저자는 국가를 바라보는 두 관점 중 국가를 수단으로 보는 두 번째 관점 즉 국가를 인권보장을 위한 수단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주권자로서 인권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국가에 대한 사랑(애국)이 아니라 국가의 주인이라는 자각이 더 중요하며, 국가에 대한 소속감보다는 국가와 대결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함을 지키고 삶의 보존과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인권의식이 더 긴요하다고 부연한다.

저자는 인권감수성이란 말을 쓰면서 이는 약자에 대한 배려나 이해로 접근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인권관계에서 오직 국가만을 인권의무자로 파악하고 국가에 시정을 요구하는 태도를 갖는 게 필요하단다. 그러니 인권관계에서 심사대상은 국가행위가 된다. 국가행위가 인권침해가 아닌 합헌적인 인권제한이라고 말하려면, “해당 국가행위를 통해서 달성하려는 목적이 누구의 혹은 어떤 집단의 어떤 이익인지를 가급적 뚜렷하게 제시해야 하며, 그런 다음 제시된 특정 이익이 헌법 제37조 제2항이 명시하고 있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에 부합되는 것임을 적극적으로 논증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다. 인권제한의 현실적 필요가 있다 하더라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사형제도는 이에 위반되는 면이 있기에 가석방이 허용되는 종신형으로 대체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낸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관계도 주목할 만하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가치상대주의에 입각한 다수에 의한 지배라는 점에서, 다수가 동의하면 개인의 생명도 앗아갈 수 있으며 심지어 가장 심각한 인권파괴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전쟁까지도 정당화할 수 있는 체제. 저자는 이런 다수에 의한 현실적 지배와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인권적 가치를 옹호하는 새로운 다수를 형성하기 위한 실천을 계속해나가는 태도가 소중하다고 여긴다. 덧붙이기를, “오늘날 인권현실에서 다수의 인권이 강조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립되는 소수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권이 민주주의에 손쉽게 기댈 수 있는 다수의 의사를 치장하는 장식물로 전락하지 않고 다수가 형성한 체제에 저항하는 소수자의 무기로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인권실천의 방향을 잘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오늘날 우리 정치현실에서 성소수자·장애인·어린이·수감자 등과 같은 소수자의 형편은 민주주의와 대결하는 본격적인 인권운동을 추동하는 강력한 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라고 했다.

 

앞서 성소수자에게 가해지는 폭언이나 방해 시위도 가치상대주의에 입각한 또 다른 목소리로 인정할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해 유린된 성소수자의 인권은 그 상대방 세력을 직접 향할 게 아니라 인권의무자인 국가를 향해 자기의사를 방해받지 않고 표현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겠다. 성소수자의 목소리는 커밍아웃 스토리(한티재,2018)를 통해 직접 들을 수 있다. 성소수자의 표현에 반대하더라도 기존 윤리에 편승하거나 다수에 기대지 않고, 그쪽 성소수자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반대하거나 지지하거나 할 때 더 진정성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집은 인권이다라는 구호엔 두말없이 동의한다. 비싼 집에 살며, 그 비싼 집을 여럿 소유하며 주위의 집을 다 비싸게 만드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그 소수가 가난한 사람을 위해 집을 싸게 내놓도록 국가가 호되게 혼내고 겁을 주는 게 진짜 인권일 것이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