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에 대한 명상>수록작
어떤 상담
톰소여와허크
2018. 10. 26. 16:33
어떤 상담 / 이동훈
가고 싶은 길
거인이 막아서서 어깨 너머로 보여주는 길
늘어뜨린 실루엣이 가슴에 방망이질하던 길
그 길로 인해 점점 폐인이 되어가요.
길이란 게 원래부터
누구는 지나고 누구는 주저앉는 게지요.
거인을 핑계 대는 건 자유지만
하필이면 하는 마음이 거인을 키우기도 해요.
길에 초점을 주면 거인이 작아 보일 거예요.
거인이 찌푸리면 까짓것 빌면 어때요.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다고요.
힘겨루기로 거인을 꺾을 자신도 없다고요.
길이 열릴 때까지 깡으로 버틸 수는 있나요.
시간을 믿으신다면 거인이 늙을 때까지 기다리세요.
길도 같이 늙을지 모르지요.
현실적인 방법을 알고 싶다고요.
멀찍이 돌아가세요.
다리품을 얼마든지 들여도 좋다면 말이에요.
이도 저도 안 된다면 꼭 그 길이어야 하는지
곰곰 생각하세요.
가고 싶은 길은 또 있지 않겠어요.
포기는 끝이 아니라 다른 선택인 걸요.
다른 길은 쳐다보지도 않았다고요.
지금 쳐다보세요.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요.
가장 쉬운 일이기도 해요.
당신이면 어떻게 하겠느냐고요.
이런,
내 길이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