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반딧불 의원

톰소여와허크 2019. 3. 21. 17:49

오승원, 반딧불 의원, 생각의힘, 2018.

 

소설 요소를 곁들인 의학 이야기다. 밤에 문을 여는 반딧불 의원의 의사 이수현은 반백의 머리에 입성이 초라한 분이지만 병원을 찾는 사람들을 꼼꼼하게 살피고 처방을 내린다. 한때 알콜에 의지해야만 했던 과거는 마지막 장에 소개된다. 간호조무사 김희경도 나름의 사연을 안고 병원에서 일한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을 진료하며 건망증과 치매의 구별법, 감정노동자의 소화불량 문제, 비타민제 복용 문제, 저탄수화물 식단의 장단점 등 일상의 관심 사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한번 기침을 하면 꽤 오래가는 나 같은 사람에게 들으란 듯 감기 때문에 그렇게 오래 기침을 하진 않아요. 감기 이후에 기관지가 예민해져서 기침이 오래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여기 잠깐 앉아볼래요?” 말하며 처방도 곧잘 내리지만 그것보다 더 그럴듯한 것은 사람에겐 숨길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는데 바로 기침, 가난, 그리고 사랑이래요라고 말하는 대목이다. “가라지와 쭉정이를 통해서 밀이 튼튼해지는 법이랍니다. 그게 없다면 어떻게 사랑을 연습할 수 있을까요라고 덧붙이기까지 한다. 기침에서도 얻는 게 아주 없진 않다는 사실이 위로가 된다.

반딧불 의원의 의사는 국경 없는 의사회에 참여하여 아프리카 남수단에 갈 계획이란다. 아마도, 저자가 아름답게 생각하는 의사의 모습이 그런 것일 테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