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람아, 아프지 마라
김정환, 『사람아, 아프지 마라』, 행성비, 2016.
의사인 저자는 진료실을 찾은 환자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상담 차트에 간단한 메모를 남겨두는 저자의 버릇은 환자들의 신뢰를 얻는 요긴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말레이시아 지사 발령. 조만간 출국 예정”이라든지, “입시 스트레스로 힘들어 하는 딸 때문에 많이 속상해 함” 같은 문구가 그렇다. 말레이시아 다녀와서 일 년 만에 병원을 찾은 환자나, 어머니와 함께 병원을 찾은 딸이 의사가 인사차 건네는 말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짐작이 간다.
환자는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내주는 의사에게 말을 많이 하는 모양이다. 70대 방문자는 젊어서 잘나가던 이야기, 큰아이 장가갈 때 일없이 노는 사람이 되어 불편했던 이야기, 그래서 딸아이 시집보낼 때 직장을 얻으려 애를 썼던 일, 신세 한탄을 겸해 술을 마셨던 일, 뒤늦게 얻은 빌딩 주차장 관리 일을 얻었지만 간 수치가 높아서 채용 신체검사 결과에 합격하지 못했던 일을 털어놓는다. 의사는 건강을 문제 삼아 70대 노인의 삶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재단할 권리가 자신에게 없다고 말한다.
진행성 위암에 걸린 어떤 환자는 딸이 걱정할까 봐 신경 쓰고, 치매에 파킨슨병까지 겹친 어머니와 모야모야병으로 혼자서는 입지도 먹지도 못하는 아내를 두고 자신이 먼저 갈 수 없지 않냐고 하소연한다. 저자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드러낸 것이지만 독자는 환자와 가족에 대한 위로의 마음과 별개로 현재의 의료제도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 아프면 돈이 있든 없든 차별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와 그걸 뒷받침하는 의료보험과 의료복지가 실현되는 날을 꿈꾸게 된다. 그때까진, 책 제목처럼 ‘사람아, 아프지 마라’ 말할 수밖에.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