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평전>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

톰소여와허크 2019. 4. 17. 00:23




이충렬, 아름다운 사람 권정생, 산처럼, 2018.

 

- 권정생 선생을 두고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말들 한다. 저자는 권정생이 발표했던 작품을 따라가면서 권정생의 삶과 문학에서 아름다움을 떠올려보게끔 한다. 권정생의 유년은 가난과 고통으로 점철되었다. 결핵 후유증으로 콩팥을 하나 떼고 방광 절제 수술로 고무호스를 달고 살면서 호스 교체 때마다 번번이 고통과 고열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 중에도 책 읽기와 글쓰기는 평생의 직업이 된다. 권정생이 이오덕 선생을 만나는 장면에서 세상 인연이란 말을 실감케 한다. 이오덕의 첫 동시집 탱자나무 울타리를 읽고 농촌 어린이의 마음을 잘 헤아려준 것에 감사하며 권정생은 편지를 썼지만 부치지 않는다. 그런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오덕은 이듬해 1973, 권정생이 무명저고리와 엄마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자 그 글을 들고 권정생이 있는 교회 문간방까지 직접 찾아온다. 이렇게 시작된 둘의 만남은 30년간 편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그러니 두 사람은 글을 통해서 서로를 알고 또 알아주는 사이라고 해야겠다.

이오덕의 주선으로 강아지똥이 어렵게 나오게 되자, 권정생은 작가의 말에서 거지가 글을 썼습니다. 전쟁 마당이 되어 버린 세상에서 얻어먹기란 그렇게 쉽지 않았습니다. 어찌나 배고프고 목말라 지쳐 버린 끝에, 참다 못해 터뜨린 울음소리가 글이 되었으니 글다운 글이 못 됩니다라고 적었지만 오히려 글다운 글이 되기 위해 얼마만한 울음소리가 축적되어야 하는지 역설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뿐만 아니라, 전쟁 3부작으로 불리는 몽실 언니, 초가집이 있던 마을, 점득이네의 창작에 얽힌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특히, 어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서 2년간의 연재 끝에 책으로 나온 한티재 하늘은 실제 아버지의 고향인 삼밭골과 어머니의 고향인 돌음바우골을 무대로 한다. 그 밖에 청송 칠배골, 사구지미 고갯길, 일월산, 울진 바닷가, 영양 다래골두루 다니고 익히며 혼신의 힘으로 쓴 작품이다.

이오덕 선생 외에도 이원수 작가, 정호경 신부, 이현주 목사, 이철수 판화가, 전우익 작가 그리고 끝내 연애 감정을 가지고도 끝내 청혼하지 못했던 장영자 전도사와의 인연도 책에 소개되어 있다. 개중에 권정생 선생과 김용락 시인과의 인연도 눈에 띈다. 권정생 집과 멀지 않은 의성군 단촌면 출신인 스물한 살의 김용락은 권정생의 까치 울던 날을 읽고 집을 직접 방문하여 인사를 나누면서 선생과 연을 쌓고 마지막 임종까지 지키게 된다.

몸에 이상을 느끼고 미리 써둔 2005년의 유서에 이미 인세를 어린이를 돕는 데 써달라고 했던 권정생은 2007년 정호경 신부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도, “제 예금통장 다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쪽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주세요.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뜻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주십시오.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티베트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 기도 많이 해주세요.”라고 적는다.

임종 모습이 그랬던 것처럼 저자의 글 역시, 권정생이 눈물로 어매를 부르고, 무명저고리를 입은 어머니의 품에 권정생이 기어이 안기는 것으로 종지부를 찍는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