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도둑
자전거 도둑 (감독 : 비토리오 데 시카, 1948)
- 김소진의 소설, 「자전거 도둑」 (《문예중앙》, 1995)을 처음 읽었을 때, 남녀 주인공이 함께 봤던 영화, <자전거 도둑>이 궁금했다. 나중에라도 봐야지 벼르다가 <자전거 도둑>에 영향받았을 성싶은 왕 샤오슈아이 감독의 <북경 자전거>(2001)까지 보고도 정작 <자전거 도둑>은 보지 못했다.
김소진의 소설을 다시 읽으며, 유튜브에 영화가 고스란히 올라와 있는 걸 알고 뒤늦게나마 감상했으니 다행이다. 전쟁 이후 기아와 실업이 만연한 사회에서 운 좋게 구직이 된 안토니오는 전단지 붙이는 일을 하기 위해 저당 잡힌 자전거를 찾는다. 자전거를 눈앞에서 도둑맞은 안토니오는 아들 부르노와 함께 자전거 도둑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 순간적으로 심기가 불편해진 안토니오는 부르노에게 손찌검까지 하게 된다. 실수를 바로 사과한 안토니오는 “아무리 걱정한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지 않나”며 이미 지나간 일을 어찌할 수 없다는 맘을 갖기도 한다. 소설 「자전거 도둑」에서도 남자 주인공이 아버지로부터 뺨을 맞고, 죽어도 아버지란 존재는 되지 말자고 맹세하는 대목이 나오긴 한다. 여자 주인공도 남자 못잖은 상처를 이야기하게 되는데 이 또한 영화 내용과 무관하진 않다.
영화에서 자전거 도둑을 찾고도 자전거를 돌려받지 못한 아버지는, 하소연할 데 없는 억울로 주먹을 불끈 쥔다. 당장의 생계와 도덕심 사이 마음이 몇 번이나 놀던 아버진 결국, 남의 자전거에 손을 댔다가 바로 잡혀서 망신을 당한다. 아들 앞에서 초라하고 쓸쓸한 가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 아버지는 수치심과 자존심 그리고 가난을 울고,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운다.
데 시카 감독은 영화 속 아버지(안토니오)와 아들(부르노) 역을 연기할 배우로 전문 배우가 아닌 철공소 노동자와 신문배달원을 각각 선택했다고 한다. 머리로 이해해서 연기하는 걸 지양하고 실제 몸으로 이해한 것을 자연스레 드러내려는 의도일 것이다. 유년의 봉준호는 <자전거 도둑>의 마지막 장면을 보고, 가난한 아버지와 아들에게 자신의 자전거를 내주고 싶었다고 그랬다. 훗날 영화감독이 된 봉준호는 <기생충>을 통해 빈부의 문제를 드러냈으니 <자전거 도둑>이 약간의 방향성을 주었을 개연성은 충분해 보인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