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소여와허크 2019. 11. 9. 22:02

시험장에서 / 이동훈



아내는 수험표 챙겨 바삐 가고
연식이 오래된 차는
빗물로 청처진 접시꽃 앞에서
하얀 김을 무럭무럭 낸다.
현관 주변에 하릴없이 있으니
유리문에 붙은 수험번호와
한 번쯤 불러봤음 직한 이름에서
비 냄새가 물씬 난다.
시험이 시험에 빠지게만 하고
자격증이 어떤 자격도 주지 않아서일까.
적잖은 수험번호를 지나와도
삶은 고만조만 어려울 뿐이다.
발에 걸린 누진 수험표와
저편 용달차에 붙은 즉석 차림표가
파르르 떨고 있는 사이
언제 비가 그쳤는지
아내가 시동을 걸고
접시꽃 헤드라이트를 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