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해방촌 고양이
황인숙, 『해방촌 고양이』, 2010, 이숲.
- 남산 해방촌을 떠나지 않고 그곳 길고양이에게 사료를 내주며, 집에서도 고양이 몇 마리와 함께 지내는 황인숙 시인은 고양이 집사로 불린다. 『파리지앵』(이화열)에 인용된, “언제나 이국의 어느 도시에 아무 가진 것 없이 홀로 도착하는 것을 꿈꾸었노라”는 장 그르니에의 글을 재인용하며 자신도 그런 삶을 몹시 동경하고 있다고도 했지만 고양이로 인해 원하는 삶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산다.
버려지는 고양이를 안타까워하며, 새끼 고양이를 집에 들인다는 것은 고양이와 반려가 되어,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평생을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실제 시인의 생활도 고양이 관련 인터넷 카페에 많은 시간을 소요하며, 사료나 음식 캔, 캣타워 장만 등에 돈을 쓰고, 그 돈 마련에 적잖은 고민을 갖고 있는 걸로 보인다.
시인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만큼 책 읽기도 좋아한다. 친구들과 여행을 가면서도 추리소설 일곱 권을 챙겨 친구들의 분노를 사는데 그 친구도 책을 다섯 권 챙겨왔다고 하는 걸 보면 비슷한 사람끼리 친구가 되나 보다.
시인은 폴 오스터의 『뉴욕 이야기』, 구스타프의 『카프카와의 대화』를 흥미롭게 읽었다고 소개한다. 우연과 필연에 대한 카프카와 구스타프의 대화에서 시인은 자신이 『카프카와의 대화』를 읽은 게 우연이었을까 묻지만, 이 질문은 어떤 책을 읽고 있는 모든 독자들이 던져볼 수 있는 질문이겠다. 황인숙의 『해방촌 고양이』를 읽은 건 우연이었을까. 우연이든 필연이든 책 한 권의 모험을 사는 건 즐거운 일이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