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나는 괜찮습니다 당신도 괜찮습니다

톰소여와허크 2022. 4. 3. 23:44

임미리, 나는 괜찮습니다 당신도 괜찮습니다, 문학관, 2020.

 

 

- 화순 하면 천불천탑의 운주사가 우선 떠오르지만 그곳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지역과 자신과 주변 이야기를 수필로도 쓰고 시로도 쓰는 임미리 작가가 또 생각난다.

토끼가 입을 맞춘다는 산골짜기에서 태어났다는 임미리 작가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아궁이에 직접 불을 지핀다. 농사일에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밥을 하고 반찬 장만도 거든 것이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라디오도 없는 곳에서 자연히 노래란 걸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초등 2학년 때 애국가를 가창하라는 숙제를 가사만 외워 자기 식으로 낭송하다가 망신을 당한 후 작가는 남 앞에서 노래를 못 부르는 사람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제대로 듣는 훈련이 안 되니 들은 것을 소리로 낼 수 없었다는 게 작가의 자체 진단이다. 노래에 대한 콤플렉스는 남 앞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뒤로 숨게 되는 성격에 영향을 주었으리라고 작가는 생각한다. 나 역시 토끼 잡으러 모험을 떠났을지언정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노래를 듣고 자란 기억이 없다. 작가는 가사를 외우면서까지 음을 잡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다가 포기하곤 했다는데, 비슷한 길을 밟아온 나는 이제 가사 전달력만 높이 사고 음은 중요하지 않다는 철학으로 난세를 살아갈 각오를 하고 있다. 작가는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주눅 들지 않고 즐겁게 살아가기를 권한다.

이처럼 작가의 수필은 솔직하고 소탈하면서도 주변을 돌아보는 데 철저하다는 인식을 준다. 자신의 경험이나, 마주하는 사물이나 현상에 새로운 의미를 찾아서 부여하고, 당면한 일상의 관계를 성찰하고 더 나은 국면으로 가꾸는 데 부지런하다. 화순의 만연산 정상을 오를 때는 병상에 있는 시아버지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고, 등대 사진을 볼 때는 시골집 아버지와 함께 자신의 길을 밝혀준 인생의 스승들을 떠올려본다. 지금껏 등대가 던진 빛이 자신을 안내했다면 이제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그런 등대가 되고 싶다는 속내를 밝힌다.

작가는 직장 일을 하는 중에도 짬을 내어 글쓰기 강사로 오래 봉사하고 있다. 이전 날 음악에 대한 콤플렉스로 남에게 자기 소리를 내지 못하다가 조금씩 자기다운 것을 찾아 제 목소리를 한껏 틔우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작가는 이미 누군가의 등대이기도 한 것이다. “모든 것을 배워서 잘 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배우면서 꾸준히 쓰는 습관을 길러보자는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빛이 되어 줄 것이니.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