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시)

집밥 / 권상진

톰소여와허크 2022. 7. 2. 05:53

 

집밥 / 권상진

 

 혼자 먹는 밥은 해결의 대상이다

 

두어 바퀴째 식당가를 돌다가 알게 된 사실은

돈보다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

 

매일 드나들지만 언제나 마뜩찮은 맛집 골목을

막차처럼 빈속으로 돌아나올 때

아이와 아내가 먹고 남은 밥과 김치 몇 조각에

나는 낯선 식구이지나 않을는지

 

늦을 거면 밥은 해결하고 오라는 아내의 목소리가

걱정인지 짜증인지

가로수 꽃점이라도 쳐보고 싶은 저녁

 

불편한 약속처럼 나를 기다리는 골목 분식집

연속극을 보다가 반갑게 일어서는 저이도

누군가의 아내이겠다 싶어

손쉬운 라면 한 그릇에

아내와 여주인을 해결하고 나면

어느새 든든해 오는 마음 한편

 

아침은 거르고 점심은 구내식당

저녁 내내 간절하던 집밥은

그래, 쉬는 날 먹으면 된다

 

-『눈물 이후, 시산맥, 2018.

 

감상 삼대를 이은 대가족이 둘러앉아 한 끼 식사를 나누던 두레 밥상의 기억은 거의 사라지고 없지만 식탁에 식구대로 모여앉아 따뜻한 밥을 먹는 일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도 점점 낯설어질지 모른다. 이미 혼자 먹는 밥이 보편화되어 그에 맞춤한 듯한 가게가 생기고 상품이 쏟아진다. 202060프로에 이르는 1, 2인 가구 수가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현실 속에 집밥을 소재로 한 시인의 고민은 새로운 식문화로 이행하는 과도기의 모습을 잘 포착해낸 작품이다. 이전의 집밥과 밥상 문화에 대한 향수를 간직한 가장은 혼자 먹는 밥이 자연스럽지 않고 불편하다. 맛집으로 소문난 인근 식당이 혼자 오는 사람을 꺼리는 듯한 분위기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늦은 시간에 빈속으로 귀가해서도 마찬가지다. 아내의 반응은 꽃점 치지 않아도 알 만하다. 늦게까지 끼니를 해결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걱정이 주가 되겠지만 반찬 가짓수를 준비하거나 내놓거나 치워야 하는 번거로움도 아주 없다고 할 순 없겠다. 맞벌이 부부일 경우엔 쌓인 피로를 서로가 배려해야 할 테니 더욱 조심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시인의 선택은 골목 분식점 라면이다. 늦게까지 불을 밝힌 골목 분식점은 일인 손님도 귀하게 대하고 편하게 해준다. 라면 한 그릇으로 아내에게 덜 미안하고, 분식점 여주인을 돕는 기분도 낸다. 그러니, “라면 한 그릇으로 / 아내와 여주인을 해결했다는 표현은 단순한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적확하고 절묘하고 절실하기까지 한 표현이다.

집밥에 대한 미련을 좀처럼 버리지 않는 시인은 평일 대신 쉬는 날먹겠다고 선언한다. 집밥을 앗아간 게 무엇인지 짐작해보게 하는 대목이다. 평일 8시간 근무가 현행 법정 근로 시간이지만 더 줄인다는 얘기는 없고 연장 근무니 휴일 근무니 유연제 근무니 하는 이름으로 쉬는 시간을 빼앗으려고만 든다. 여기에 보충학습, 야간자율학습, 학원학습으로 아이들마저 쉬는 시간을 빼앗기고 있으니 전방위적으로 집밥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쉬는 날을 기다리는 시인의 기대를 집밥이 위로하고 서로를 배신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상황은 속절없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