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시지프스를 위한 변명

톰소여와허크 2023. 4. 28. 16:23

윤일현, 시지프스를 위한 변명, 학이사, 2016.

 

- 시지프스를 위한 변명은 시인이면서 교육평론가인 윤일현 저자의 교육 인문학 혹은 인문학 교육 같은 책이다. 동서양 고전과 인물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에 사회 변화상을 읽고 교육 전문가의 생각을 더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저자가 한 손에 책을 든 정치인을 소개하는 대목에서 마오쩌둥이 60세에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영어 공부를 시작할까 말까 고민하는 오십 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말이어서 스티커 한 장을 붙인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호찌민도 여행과 독서를 통해 지도자 역량을 쌓은 걸로 소개되어 있다. 저자 자신도 독서광의 매력을 발산한다. 신호대기 중에 말테의 수기를 잠깐 읽는다는 게 뒤차가 경적을 울리고 심지어 운전자가 찾아올 때까지 책을 보고 있었다니 말이다.

저자는 정의감을 잃어버린 지식인들에겐 드레퓌스 사건과 에밀 졸라의 선택이 어떠했는지를 공부해보라고 조언한다. 드레퓌스 사건은 거짓으로 증언하고 거짓으로 심판하며 거짓으로 덮으려는 거대 악에 저항해서 무고한 사람의 결백을 말한 에밀 졸라의 행동과 이후의 파장을 통칭하는 말이다. “졸라의 말처럼 진실은 지하에 묻혀도 자란다. 지식인은 역사의 어떤 순간에도 부끄럽지 않도록 처신해야 한다고 저자는 당부한다. 다만 이쪽의 진실과 저쪽의 진실이 달라서 판단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도 있으니 진실을 고민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부끄러운 일이란 생각도 든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깨진 물항아리가 지나간 자리에 나무, , 꽃이 자란 걸 보며 항아리 자신의 모자람과 못남이 오히려 길을 아름답게 만들었다는 우화와 그 소개글이다. 저자는 이 우화에 대해서 연민과 배려, 애정 어린 관심이 세상 모든 상처받고 소외된 존재들에게 얼마나 따뜻한 위로와 격려가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좀 뒤처지고 느린 자에 대한 배려는 세상과 이웃에 대한 적대감을 없애주며, 모든 대상을 친구로 만들어준다고 평했다.

학교와 학원을 두루 거친 이력에서 보듯 시인은 교육 분야에서 할 말이 많다. 입시를 걱정하는 부모와 자녀에게 레미제라블완역판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공부해야 할 내적 동기가 생기게 된다는 게 이유다. 교육에서도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 즉, 깨어 있는 이성과 취한 감동이 주기적으로 결합되는 게 바람직하다고도 했다. “교실과 교과서에 너무 오래 갇혀 꿈과 몽상, 신명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예술작품을 접하게 하자. 인간의 예술작품을 통해 근원적인 삶의 혁명을 경험할 수 있다는 말도 와 닿는다.

평준화 논란과 관련하여, 수학 점수가 벌어진 아이를 한 반에 같이 공부시키는 게 맞는냐는 입장에선 시인은 걱정하는 입장이지만, 따로 분리시키는 것을 더 걱정하는 입장도 있을 것이다. 차이와 차별을 혼동하면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말에 공감하면서도 실제 현실에서 차이와 차별을 이해하는 시각은 조금씩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시시프스가 아니더라도 애매하거나 대립되는 이런 생각은 그걸 놓지 않고 쭉 밀고 올라가보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