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학교를 떠난 아이들,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김양식, 『학교를 떠난 아이들,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학이사, 2023.
- 저자는 중고등학교에서 33년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대부분의 교사가 기피하는 학생부장과 생활지도 일을 20년 이상 맡았다고 한다. 현장에서 학교폭력을 다루는 핵심 관계자로 재직해온 것이다.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오늘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교폭력의 실태를 잘 보여주고 있다. 소설이 아닌, 안타까운 현주소다.
저자는 학생 개개인에 대한 인정과 지지를 거듭 말한다. 학교폭력 가해자는 그만한 배경을 축적해온 결과다. 가정의 부모, 주위의 어른들의 영향이 크다고 말한다. 학교폭력에 관한 다양한 사례와 처리 과정을 접하면서 학교폭력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추궁과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 가해자가 그렇게 행동하게끔 영향을 주었던 가정, 이웃, 사회가 함께 자기 몸처럼 앓는 태도를 지니지 않고서야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는 인식이 그렇다.
저자의 다음 말은 무척 공감이 된다.
“학생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당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자초지종을 들어줄 수 있어야 하고 상담자가 누구 되었든 기다려주어야 한다. 학생이 아무리 큰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화를 내지 않아야 하며 편안한 목소리로 대화는 진행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잘못에 대해 거짓말부터 하고 본다. 거짓말인 줄 알고 있더라도 기다려야 하며 믿음을 주어야 한다. 그랬을 때 자신의 고민과 가정사까지 털어놓으며 진실은 쉽게 밝혀지게 마련이다.”
오랜 생활지도 끝에 저자는 학생 행동의 이면을 읽어주고 기다려 주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쉽게 해결될 일은 쉽게, 쉽게 안 되는 일은 또 안 될 거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저자는 훨씬 더 긍정의 힘이 강하다. 이런 마음과 에너지가 있었기에 저자가 민원이 끊이지 않는 학생부장 일을 해낸 요인이기도 할 것이다.
결정적 순간이 아니더라도 일상 중에 자신에게 돌아오는 책임이 부담스러워 회피하거나 다른 쪽으로 전가시키려는 심리가 누구든 있다. 저자의 가장 훌륭한 품성은 이 책임을 자기한테 기꺼이 지우는 것이다. 골칫덩이로 인식되기 쉬운 아이들을 모아서 절간으로 가서 마음 수양을 하게 하고, 낙동강 길로 함께 가서 자전거 종주를 하게 한다.
이런 마음은 학생뿐만 아니라 주변의 마음도 움직이게 된다. 학생들 자전거 종주에 차량 봉사해주며 따라나섰던 한 분은 저자의 북토크에 오셔서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 자전거 종주를 해낸 그때의 아이들과 차량 봉사를 해준 세 분의 선생의 조건 없는 사랑을 학교 현장을 떠나서도 잊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리 사시고 계신 듯하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