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동네 책방 분투기

톰소여와허크 2024. 2. 19. 14:06
박태숙 강미, 『동네책방 분투기』, 학이사, 2023.
 
ㅡ『동네책방 분투기』의 저자는 책방지기 박태숙과 소설가 강미다. 두 사람은 울산에서 국어교사로 같이 근무했던 인연이 있다. 경주 외곽이고 울산 북쪽인 산마을에 책방을 낼 궁리를 박태숙 선생이 하게 되자 평소 함께 나눌 문화공간의 꿈을 간직한 강미 선생이 응원을 해온 것이다. 책방 홍보도 겸해서 책방 설계와 진행 또 그 운영 상황까지 공유함으로써 비슷한 일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게끔 하자는 데 두 사람은 의기투합한다. 그 결과로 나온 책이 『동네책방 분투기』다.
책방 이름인 <책방카페 바이허니>는 책방지기, 카페지기로 역할을 분담한 아내와 남편의 이름을 살려서 호칭한 걸로 보인다. 코로나를 지나며 여섯 해를 이어오고 있는 책방엔 여러 인연들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 책을 고르는 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고 책방 운영을 돕는 자발적 지원군이 있다. 책방에서 책을 읽고 시를 읽고, 읽은 것을 함께 나누는 모임이 하나둘 생긴다. 그런 중에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스케치 반을 만들고, 타로 잘하는 사람이 타로 상담교실을 열고, 요리 잘하는 사람이 장 담그기 반을 이끌어준다. 이런 현상을 두고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이 분리되지 않고 서로가 서로에게 가르치고 배우는 곳, 꿈꾸던 모습이 이리도 빨리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군요. 공간과 사람이 만나는 놀라운 힘을 오늘도 봅니다”라고.
책을 읽고 내용을 아주 잊기 전에 책방을 찾아갔다. 책에 소개된 대로 애초에 공간 설계에 공을 들인 흔적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책방엔 작업하고 그린 것을 전시하는 작은 전시실(2024.2.1〜2.29. 배영숙 전)도 있다. 위아래 오르내리는 벽면도 전시 공간이다. 책방 전체가 공간을 알뜰하게 구획하고 연결해서 곳곳이 요긴하게 활용되게끔 해놓았다. 비스듬히 기대거나 짱박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건물 안팎에 심심찮게 있는 것도 장점이다. 책방을 내기 전에 관련 책을 찾아서 읽고, 여러 공간을 다니며 모니터한 경험이 반영되었을 것이고 여기에 책방지기의 철학이나 감성이 더해졌을 것이다.
『동네책방 분투기』을 읽으며, 책방을 대표하는 것으로 물앵두, 탄이, 옥상 이렇게 나름 생각하고 갔는데 책방에서 먼저 마주한 것은 탄이다. 자칫 운명이 사나워질 뻔한 탄이는 시바견이다. 책방 손님에게 인기가 많은 복덩이로 책에 소개되어 있고 실제 인상도 그러하다. 물앵두는 교사 시절, 학생의 조부모가 내어준 선물이다. 책방과 함께 시작한 첫 제자 같은 첫 나무란다. 물앵두를 보며 계단을 오르면 옥상이다. 만화리 일대가 쭉 보인다. 저자는 연꽃 속에 앉아있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옥상에서 보면 박제상 기념관이 바로 옆이다. 책방을 나와서 박제상의 부인을 모신 신모사에 잠깐 들렀다. 초상화에 담긴 부인은 낯선 사람이 문을 여는 게 반갑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책방은 늘 누군가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