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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인과 화가

윤범모, 『시인과 화가』, 다ᄒᆞᆯ미디어, 2021. - 저자는 미술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을 역임한 미술평론가다. 저자는 시가 곧 그림이고 그림이 곧 시라는 말을 인용하며 문학과 미술이 상호 영향을 주며 새로운 창작의 세계가 열리는 경우가 잦다고 했다. 저자가 소개하는 시인과 화가의 만남을 따라가면서 김병기 편과 이상화 편의 몇 장면을 발췌해본다.  100세 넘어서도 화가로 활동했던 김병기(1916-2022)는 저자에게 시인 이상과 백석에 대해서 증언해준 사람이기도 하다. 이상은 일본에 와서 김병기의 하숙방에서 하룻밤 자고 간다. 그때 이미 이상은 피골이 상접한 상태로 빗소리 때문에 잠을 청하지 못했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고 얼마 뒤 그의 부음을 듣는다. 김병기는 평양에서 어릴 적부터 동갑내기 친구인 문학..

감상글(책) 2025.01.22

개 아들 면회 가기 / 권선희

개 아들 면회 가기 / 권선희  나대지 일궈 농사짓는 양반이 찾아와 고라니 지킬 개 한 마리 달라지 않겠나 큰 놈 세마리도 속이 시끄러븐데 메칠 전 해피 저놈아가 새끼를 다섯이나 낳아부렀으이 우째 다 키울꼬 걱정하던 차에 얼씨구나 싶어 방울이를 딸려 보내지 않았겠나  그날 밤 비바람이 을매나 억시게 불어제끼는지 방울이 걱정에 날밤을 새운 기라 그 양반이 목수라 집을 잘 지어준다꼬는 했는데 제아무리 목수라도 하루 만에 집을 지었겠나 난생처음 혼자가 된 우리 방울이헌테는 얼마나 무서운 허허벌판이었겠냔 말이다  여서 걱정하는 것보담 내사 마 면회를 가는 기 낫지 싶아가 아침 일찍 앤 나섰나 도꼬마리는 떼로 달라붙제, 밭둑 흙은 줄줄 흘러쌓제, 그 어린것이 이 낯선 데서 우옜을꼬 싶아가 내사 마 미친 드키 기올..

감상글(시) 2025.01.19

<소설> 흉터의 꽃

김옥숙, 『흉터의 꽃』, 새움, 2017. - 1945년 사흘 간격으로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인해 히로시마에서 14만 명, 나가사키에서 7만 명의 사망자가 있었고, 그 중에 4만 명 가까이는 조선인으로 파악된다. 또 사망자의 몇 배나 되는 부상자와 방사능 피폭자가 있었고, 이 소설은 그 중에서도 조선인 피폭자의 삶을 다루고 있다. 조선인 피폭자 중 상당수는 경남 합천 사람이다. 피폭의 대물림으로 고통받고 있는 피폭 2세들의 상황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이는 김형률(1970-2005)이다. 김형률의 부모가 합천 사람으로 히로시마에서 피폭을 당하고 돌아왔다. 희귀한 폐 질환을 갖고 있던 김형률은 자신과 비슷한 피폭 2세의 사례를 수집하고 공유하면서 피폭의 유전성을 증언하며 비핵평화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 되었고..

감상글(책) 2025.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