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11

물푸레를 사랑한 시인들

물푸레를 사랑한 시인들 / 이동훈 창밖 버즘나무에 눈길을 주면서 이 글을 쓴다. 도로 옆 아파트로 이사 오고 나서는 매연과 소음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을 내내 치르고 있다. 5층 높이 이상으로 자라준 버즘나무가 없었다면 더 많이 심란했을 것이다. 나무 옆에 사람, 사람 옆에 나무가 있다는 게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나무 입장에서야 인간의 거리까지 오지 않고 숲에 무리 지어 있는 것이 훨씬 나을 테니, 내키지 않는 도심에서 이만큼 견뎌주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도연명이 버드나무 다섯 그루를 집 마당에 심고 그렇게 좋아했다든지, 김용준 시인이 늙은 감나무 다섯 그루에 반해서 덜컥 그 집을 사고 말았다든지 하는 이야기에 지금도 귀가 솔깃해지는 걸 보면 나무 곁으로 이사 갈 날이 분명 있을 줄 안다. ..

산문 2019.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