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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뉴시네마 투어와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대만 뉴시네마 투어』(남현수, 2026) &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에드워드 양 감독, 1991) - 『대만 뉴시네마 투어』의 저자인 남현수 쌤은 대구 중구 게스트하우스 봄고로 대표다. 봄고로는 대구 출신의 시인 이장희의 「봄은 고양이로다」(1924)에서 따온 작명이다. 이장희는 어릴 때부터 동네 친구인 이상화, 현진건, 백기만과 어울려 지냈고 나중엔 오상순, 양주동과 교류했지만 점차 고뇌와 슬픔 속에 침잠하다가 음독자살한 비운의 시인이다. 이상화, 현진건에 비해 조명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지만 이장희의 문학적 성취나 영향도 결코 적잖다.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는 중에 아파트 증축으로 생가까지 날아간 고인의 삶을 남현수 쌤이 애써 환기하고 기념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책도 저자가 운영하는 게스트..

감상글(영화) 2026.08.26

무밭 / 박상봉

무밭 / 박상봉 무밭에 쪼그려 앉아 있다 보면, 등줄기 땀이 줄줄 흐르는데 내 마음 뿌리도 조금씩 드러난다. 무청 툭툭 털면 흙이 박혀 거칠고 갈라진 손에서 물 냄새 땅의 냄새 섞여 났다. 뭇국을 끓이면 냄새는 냄비 속에서 다시 피어났다. 소금간도 하지 않고 끓인 국이었지만, 뭇국에는 늘 엄마 손의 짠맛이 배어 있다. 내가 앓던 밤에도 엄마는 무를 썰었다. 차가운 무 강판에 갈아 약처럼 먹이던 손길, 입 안이 얼얼했지만 묘하게 속은 편안했다. 무라는 것이 꼭 사람 같다고 느낀 건 그때부터. 상처가 나도 그냥 두면 다시 자라났고 뿌리째 뽑혀도 국물이 되어 누군가의 속을 데워주었다. 살아 있다는 건 뽑히고 썰리고 끓여지고 먹히는 것. 무를 다 뽑은 자리에 다시 무를 심고, 그 자리에 엄마의 기척을 남겨두었..

감상글(시) 2026.08.18

<소설> 시간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김요한, 『시간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파지트, 2026. - 시간을 제재로 한 소설. 시간에 관한 소설이라 하더라도 시간에 공간과 사람이 섞이면서 사건과 의미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 소설의 인물들은 대구 앞산 ‘시간의 향기가 흐르는 카페’(‘손호출 카페’가 배경)로부터 상동교 대봉교 지나 방천시장, 옛 제일서적과 현 교보문고가 있는 동성로, 명식과 정은의 자취가 있는 경북대 일대를 오간다. 주요 등장인물의 사연뿐만 아니라, 소설 속에는 영화, 소설, 노래 그리고 그와 관련된 인물이 다수 언급된다. 제임스 딘, 보들레르, 스티브 잡스, 발터 벤야민, 윤동주, 박경리 등 쟁쟁한 인물이 등장하고 김광석과 전태일은 한 꼭지가 따로 있을 정도로 소설 서사에도 깊이 간여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전태..

감상글(책)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