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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숲을 거닐다

김인자, 『숲을 거닐다』, 푸른영토, 2024. - 김인자 시인은 걷는 사람이기도 하고 쓰는 사람이기도 하다. 세계 곳곳을 다녀온 후로는 대관령 숲속을 주로 걷는다. 걸으며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쓰는 일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숲을 걷는 것이 자기와의 약속을 따르는 행위라고 말하면서도, “지금 몸으로 하는 작은 실천이 백번 옳다”고 말하는 시인은 여느 산책자보다 훨씬 다양한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시인은 “누구를 만나든 새로운 여행지를 찾아가든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그다음은 새로운 문을 여는 의식이 기다린다”고 믿고 있다. 시인이 소개하는 숲의 사계나 그곳에 머물며 경험하고 나누는 일들도 늘 새롭게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다가 놓치기 아까운 일이 생기면, 바깥에 있다가도 얼른 쓰고 싶은 마..

감상글(책) 2026.09.15

울 할매 / 사평(이상욱)

울 할매 / 사평(이상욱) 오직 한 사람에게만 생을 맡긴 수수 빗자루세상 떠날 때 도깨비불이 된단다 부엌과 논밭 자락을 오가며산등에서 바라보던 세상마을 밖으로 나가 본 적 없었다 결이 마르자 말부터 숨어버리고방바닥으로 가라앉아 십수 년안방 그림자 속에서 삭아가던 수수 빗자루 닫힌 문이 열리고끊어진 기다림이 마당에서 대문까지 백열등을 켠다 도깨비불 하나훨훨,어귀를 떠나 별빛을 쫓는다 -『새벽 같은 걸음』, 우리시 움, 2026. 감상 – 시인에겐 할머니는 각별한 존재였나 보다. 「할머니 맛」에서 할머니의 쇠고깃국을 잊지 못하더니 「대보름달의 비밀」에선 보름달의 운행마저 할머니 운전 솜씨로 여긴다. 「석류」에선 벌어진 석류 열매를 마치 손주를 위해 쌈짓돈 꺼내는 모습에 빗댄다. 투정 한마디 없던 입할매가..

감상글(시) 2026.09.08

멧돼지를 부린 날 / 손인선

멧돼지를 부린 날 / 손인선 고사리밭 한가운데멧돼지가 내려와 파헤치고 뒹군커다란 흔적 겁먹은 고사리파랗게 질려 고개를 푹 숙였겠지울타리 대나무도 파랗게 질려사그락사그락 도움을 구했을 테지 그중 용감한고사리 씨앗 몇과 진드기 몇은멧돼지 등에 올라타고산으로 가겠지 커다란 멧돼지가바람처럼 달릴 때햇볕 잘 드는 양지쪽에폴짝 뛰어내렸을 테지 죽다 살아났다고바짝 올라붙은 가슴을쓸어내렸을 테지 친구들에겐야생 멧돼지를 부리며 왔다고허풍 조금 보태서자랑삼아 말할 테지 -『멧돼지를 부린 날』(손인선 시, 장은희 그림), 청개구리, 2025. 감상 – “엄마는/ 맹자 엄마 흉내 내는데/ 나는/ 맹자 흉내 내고 살아야 하나?/ 나답게 살아야 하나?(「나의 고민 - 맹모삼천」 중) 좋게 보면, 고민이 거의 어릴 적 맹자 수준..

감상글(시) 2026.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