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충이 / 서하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이 솔잎 하나씩 주더니 눈 감으래요. - 솔잎은 높은 데서 살아 사람의 속내를 잘 들다 본다나 나쁜 사람 손에서는 점점 길어지는 성질이 있다 솔잎 쥔 손에서 땀이 나 축축했어요 어린 마음에도 나쁜 사람은 되기 싫었어요 눈 없는 엄지와 검지를 벌려 조금 뜯어냈지요 - 너거들이 솔잎 한 잎 쥐고 눈을 감은 이유가 궁금하제 가뭄에 말라 버린 강변처럼 쉰여덟 명 목소리가 다섯 명 목소리보다 작았어요 - 종식이 아부지가 미국 갔을 때 사 온 미제 연필을 일가뿟단다 미제라는 말에 솔잎을 조금 더 잘랐지요, 수업 마치는 종소리 댕댕댕 솔잎 길이를 일일이 다 잰 선생님 - 4센찌 안 되는 천길이랑 정례는 나와서 꿇어앉아 손 들어라 왜요, 실망은 걸핏하면 만만한 게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