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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치는 폭설 / 윤창도

들이치는 폭설 / 윤창도 산 정상에 올랐을 때부터 쏟아붓는충만한 진눈깨비벌려 놓은 계절의 끝을 여며 닫으려는지산골짜기 깊게 팬 주름을 덧칠하며 덮고 있다휘몰아치며 자지러지는, 겹겹이 치는 하늘 장막떠나온 산길되돌아가자니 너무 멀리 와 버려서 걱정 태산길하염없이, 하염없이 덤벼드는 무심의 눈발도깨비바늘처럼 착착 몸에 달라붙는다고함 내질러도 켜켜로 쳐 놓은 빗장 열지 못할 공포시야를 점점 좁혀 오고 있다 빽빽이 우거진 눈보라산길 끊어지기 전에 하산해야 한다속눈썹 젖어 오는데, 아이젠도 없이급작스레 하늘 그물에 걸려든 망막한 마음준비 덜 된 노후와 닮은 첩첩의 두려움서늘한 무늬가 쳐져 있다 진눈깨비는 어둠을 몰고 저녁을 훔치러 오고 있다 -『물의 얼룩이 올챙이라니』, 시산맥, 2025. 감상 – 갑작스런 ..

감상글(시) 21:01:44

오디세이

크리스토퍼 놀란, 2026 영화 오디세이>를 봤다. 호메로스 원작에 대한 기억이 없거나 희미하지만 영화가 원작보다 전쟁 자체에 대한 회의와 성찰이 돋보인다는 평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원작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로 옮겨가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이라 하겠다. 오디세우스가 전쟁에 나가 소식이 끊긴 사이, 아내 페넬로페를 겁박한 안티노우스가 영화 속 최고 악당인데 칼싸움 실력은 신통찮다. 안티노우스는 오디세우스의 은혜를 입은 입장인데 페넬로페를 괴롭히는 구혼자 그룹의 선두 주자가 되고 말았다. 이 부분만 따져서 세게 비판하면 안티노우스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겠다. 오디세우스가 집을 비운 지 20년이 지났고 전쟁 후만 따져도 10년간 연락두절 상태이니 생환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게 ..

대만 뉴시네마 투어와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대만 뉴시네마 투어』(남현수, 2026) &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에드워드 양 감독, 1991) - 『대만 뉴시네마 투어』의 저자인 남현수 쌤은 대구 중구 게스트하우스 봄고로 대표다. 봄고로는 대구 출신의 시인 이장희의 「봄은 고양이로다」(1924)에서 따온 작명이다. 이장희는 어릴 때부터 동네 친구인 이상화, 현진건, 백기만과 어울려 지냈고 나중엔 오상순, 양주동과 교류했지만 점차 고뇌와 슬픔 속에 침잠하다가 음독자살한 비운의 시인이다. 이상화, 현진건에 비해 조명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지만 이장희의 문학적 성취나 영향도 결코 적잖다.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는 중에 아파트 증축으로 생가까지 날아간 고인의 삶을 남현수 쌤이 애써 환기하고 기념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책도 저자가 운영하는 게스트..

감상글(영화) 2026.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