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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이화경,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모놀로그, 2023. - 이화경 작가의 단편 여덟 편을 묶은 책이다. 그중 「노라의 뽄(本)」은 1926년 8월 시모노세키에서 부산으로 오는 관부연락선에서 실종된 1897년생 동갑내기 김우진과 윤심덕의 이야기가 바탕이 된 것이다. 목포 부호의 아들로 영문학을 전공하고 시와 희곡을 쓰던 김우진과 평양 출신의 소프라노 윤심덕은 일본 유학 중 만나서 공연 연출과 성악을 각각 담당하면서 알게 된 사이다. 둘의 실종 사건은 여러 신문에 소개되고 후속 기사들이 이어지며 큰 관심을 끌었다. 실종 사건 직전에 취입한 윤심덕의 사의 찬미>가 많이도 팔려나갔다 하고. 이화경 작가는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면서도 수수께끼로 얼룩진 김우진과 윤심덕의 투신 혹은 실종 사건을 두고, 두 사..

감상글(책) 11:31:43

송충이 / 서하

송충이 / 서하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이 솔잎 하나씩 주더니 눈 감으래요. - 솔잎은 높은 데서 살아 사람의 속내를 잘 들다 본다나 나쁜 사람 손에서는 점점 길어지는 성질이 있다 솔잎 쥔 손에서 땀이 나 축축했어요 어린 마음에도 나쁜 사람은 되기 싫었어요 눈 없는 엄지와 검지를 벌려 조금 뜯어냈지요 - 너거들이 솔잎 한 잎 쥐고 눈을 감은 이유가 궁금하제 가뭄에 말라 버린 강변처럼 쉰여덟 명 목소리가 다섯 명 목소리보다 작았어요 - 종식이 아부지가 미국 갔을 때 사 온 미제 연필을 일가뿟단다 미제라는 말에 솔잎을 조금 더 잘랐지요, 수업 마치는 종소리 댕댕댕 솔잎 길이를 일일이 다 잰 선생님 - 4센찌 안 되는 천길이랑 정례는 나와서 꿇어앉아 손 들어라 왜요, 실망은 걸핏하면 만만한 게 함..

감상글(시) 2026.09.19

<에세이> 숲을 거닐다

김인자, 『숲을 거닐다』, 푸른영토, 2024. - 김인자 시인은 걷는 사람이기도 하고 쓰는 사람이기도 하다. 세계 곳곳을 다녀온 후로는 대관령 숲속을 주로 걷는다. 걸으며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쓰는 일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숲을 걷는 것이 자기와의 약속을 따르는 행위라고 말하면서도, “지금 몸으로 하는 작은 실천이 백번 옳다”고 말하는 시인은 여느 산책자보다 훨씬 다양한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시인은 “누구를 만나든 새로운 여행지를 찾아가든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그다음은 새로운 문을 여는 의식이 기다린다”고 믿고 있다. 시인이 소개하는 숲의 사계나 그곳에 머물며 경험하고 나누는 일들도 늘 새롭게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다가 놓치기 아까운 일이 생기면, 바깥에 있다가도 얼른 쓰고 싶은 마..

감상글(책) 2026.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