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를 부린 날 / 손인선 고사리밭 한가운데멧돼지가 내려와 파헤치고 뒹군커다란 흔적 겁먹은 고사리파랗게 질려 고개를 푹 숙였겠지울타리 대나무도 파랗게 질려사그락사그락 도움을 구했을 테지 그중 용감한고사리 씨앗 몇과 진드기 몇은멧돼지 등에 올라타고산으로 가겠지 커다란 멧돼지가바람처럼 달릴 때햇볕 잘 드는 양지쪽에폴짝 뛰어내렸을 테지 죽다 살아났다고바짝 올라붙은 가슴을쓸어내렸을 테지 친구들에겐야생 멧돼지를 부리며 왔다고허풍 조금 보태서자랑삼아 말할 테지 -『멧돼지를 부린 날』(손인선 시, 장은희 그림), 청개구리, 2025. 감상 – “엄마는/ 맹자 엄마 흉내 내는데/ 나는/ 맹자 흉내 내고 살아야 하나?/ 나답게 살아야 하나?(「나의 고민 - 맹모삼천」 중) 좋게 보면, 고민이 거의 어릴 적 맹자 수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