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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도 장정 / 이동훈

(사진 출처 : 화봉 책박물관 ) 기상도 / 이동훈 기상도 장정에 흰 띠지를 나란히 두 장 붙인 거그 한 장은 나요.나머지 한 장은 벗의 이름에 주리라. 기림 형, 두 갈래 흰 띠지야말로 「길」의 은빛 바다를 나누어 가진 거 아니겠소. 유정 형, 이 은빛이 너무 혹사당해 더께 앉은 폐의 색깔일지 몰라도, 마음만은 기지개하는 당신과 나의 『봄봄』인 줄 아오. 태원 형, 종로네거리에서 만나 경성역으로, 다방으로 전전하던 시절이 엊그제 같으오. 흰 띠지 하나는 구보 씨가 원하는 ‘생활’, 나머지 하나는 내가 원하는 ‘날개’. 생활이 날개를 편다고 여기니 눈물이 나려고 하오. 태준 형, 오감도로 폐를 끼쳤더니, 『가마귀』로 폐를 앓는 여자를 그릴 줄 몰랐소. 흰 것은 결핵나무요, 바탕의 검은색은 당신이 좋아..

자작시 11:26:35

<소설>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이화경,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모놀로그, 2023. - 이화경 작가의 단편 여덟 편을 묶은 책이다. 그중 「노라의 뽄(本)」은 1926년 8월 시모노세키에서 부산으로 오는 관부연락선에서 실종된 1897년생 동갑내기 김우진과 윤심덕의 이야기가 바탕이 된 것이다. 목포 부호의 아들로 영문학을 전공하고 시와 희곡을 쓰던 김우진과 평양 출신의 소프라노 윤심덕은 일본 유학 중 만나서 공연 연출과 성악을 각각 담당하면서 알게 된 사이다. 둘의 실종 사건은 여러 신문에 소개되고 후속 기사들이 이어지며 큰 관심을 끌었다. 실종 사건 직전에 취입한 윤심덕의 사의 찬미>가 많이도 팔려나갔다 하고. 이화경 작가는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면서도 수수께끼로 얼룩진 김우진과 윤심덕의 투신 혹은 실종 사건을 두고, 두 사..

감상글(책) 2026.09.26

송충이 / 서하

송충이 / 서하 초등학교 5학년 때, 선생님이 솔잎 하나씩 주더니 눈 감으래요. - 솔잎은 높은 데서 살아 사람의 속내를 잘 들다 본다나 나쁜 사람 손에서는 점점 길어지는 성질이 있다 솔잎 쥔 손에서 땀이 나 축축했어요 어린 마음에도 나쁜 사람은 되기 싫었어요 눈 없는 엄지와 검지를 벌려 조금 뜯어냈지요 - 너거들이 솔잎 한 잎 쥐고 눈을 감은 이유가 궁금하제 가뭄에 말라 버린 강변처럼 쉰여덟 명 목소리가 다섯 명 목소리보다 작았어요 - 종식이 아부지가 미국 갔을 때 사 온 미제 연필을 일가뿟단다 미제라는 말에 솔잎을 조금 더 잘랐지요, 수업 마치는 종소리 댕댕댕 솔잎 길이를 일일이 다 잰 선생님 - 4센찌 안 되는 천길이랑 정례는 나와서 꿇어앉아 손 들어라 왜요, 실망은 걸핏하면 만만한 게 함..

감상글(시) 202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