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학 5

<에세이> 풍경의 비밀

송재학, 『풍경의 비밀』, 랜덤하우스코리아, 2006. - 한 번 읽었던 책은 거의 안 읽게 되지만 십여 년 전에 읽었던 송재학 시인의 산문집 『풍경의 비밀』을 다시 읽었다. 그때도 책을 읽고 감상글을 짧게 남겼다. 영천이 고향인 시인의 소싯적 이야기, 주변 시인과 시 이야기, 여행을 통해서 간직하게 된 단상과 내면 풍경을 접하면서 작가와 소통하는 잔잔한 기쁨이 있었다고 시작되는 감상글이다. ‘풍경은 비밀을 만들지 않지만 시간과 바람과 사람이 무수하게 쌓이고 지나면서 비밀 아닌 풍경도 없게 된다’고 나름 마무리 멘트까지 그럴듯하게 적어 놓았다. 시인이 언급한 고향 영천 이야기도 혼자 읽기 아까워 다시 옮겨 본다. 중고등학교를 대구에서 나온 시인은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영천을 찾게 되더라는 말끝에 이렇게..

감상글(책) 2023.08.16

자두밭 이발소 / 송재학

자두밭 이발소 / 송재학 금성이발(金星理髮) 문 열었구나 자두밭 출입문이 또 바뀌었다 이발(理髮) 다음 글자는 지워졌지만 붉은 ‘金星理髮’은 비 젖어 선명하다 얼기설기 거꾸로 매단 문짝 그대로 금성이발 문 열었네 봄비에 들키면서 왔다 첫 손님으로 오얏나무 의자에 앉으니 키 작은 아가씨들, 단내가 싱숭생숭하다 푸쉬킨의 시를 읽는 시간에 맞추어 자두애나무좀벌레 있다는 금성이발 문 열었구나 자두 꽃잎 사이 면도날 재우면 내 가잠나룻이야 금방 파릇해지지 자두 아가씨 속눈썹 이윽하니 이 몸의 퇴폐 데우겠다 잔무늬청동거울이라 내 새치마저 숨는구나 자두비누 자두 샴푸에 두피까지 시원한 이발이다 요금도 없이 외려 자두 한 움큼 받아오니 밀레의 만종이 반가운 금성이발 문 열었네 멀리 시내 갈 필요없다 집 옆 자드락 공터..

감상글(시) 2020.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