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은빛 연못 / 임보 추락한 은빛 연못 / 임보 한 아파트 폐품 쓰레기 더미에서 임보의 시집 『추락한 은빛 연못』을 주웠다며 자랑삼아 어떤 이가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그 시집이 태어난 해가 1994년이니 20년 동안 거친 세상 떠돌다 거기에 표류했으리 보나마나 표지는 헐고 활자는 퇴색되어 아마도 만신창.. 감상글(시) 2018.02.04
깨달음에 관하여 외 6편 / 임보 한 떨기 민들레꽃이여 참 눈물겹기도 하다 이 광활한 우주의 강기슭에서 문득 이 아침 너를 만나다니 - 임보, ‘가연(佳緣)’전문( 시선집『지상의 하루』, 우리시진흥회&도서출판 움, 2017) 임보 시인의 이 시를 읽다가 문득, 시집 한 권 한 권이 다 아름다운 인연이란 생각이 들었다. 임보 .. 감상글(시) 2017.02.19
대국 / 임보 대국對局 / 임보 오동나무 그늘 밑에서 두 노인이 바둑을 놓고 있다 가만히 들여다봤더니 두 분의 기력이 八, 九급쯤? 二급인 내가 보기엔 참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지켜보고 있던 내가 참다 못해 “끊어서 잡으십시오” 하고 흑黑의 노인에게 훈수를 했더니 “아직 빈 땅이 많은데 .. 감상글(시) 2017.01.10
숙맥 / 임보 숙맥 / 임보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참 숙맥이었다 부끄럼도 잘 타고 비위짱도 없었다 어느 한가위 명절에 내게 들어온 생어물 한 짝 내가 먹기는 과분해 스승의 댁에 넣어 드리고 문 밖에서 그냥 돌아왔다 누가 보냈을까 스승은 무척 궁금했으련만 내가 보냈다는 말을 차마 전하지 않았는.. 감상글(시) 2015.06.16
거미를 보며 / 임보 거미를 보며 / 임보 방 안 내 책상 위 스탠드에 어디서 왔는지 작은 거미 한 마리 줄을 늘인다 거기 늘여 봐야 쓸데없다고 내가 입바람을 불어 밀어내지만 조금 있다 보면 다시 또 줄을 늘이고 있다 이놈아, 여기에 쳐 봐야 걸릴 게 없어 배만 곯아 다른 데로 가 그래도 내 말은 아랑곳 않고.. 감상글(시) 2014.07.31
<에세이> 시와 시인을 위하여 임보, 『시와 시인을 위하여』, 움, 2013. - 시를 배우고 싶어 하는 ‘로메다’라는 습작생이 시에 대해서 물어 왔고, 오랫동안 시를 써 왔고 시를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시인이 답신을 통해 시에 대한 생각과 시 창작 기법에 대해서 소개한 글이다. 일반적인 시 창작 안내서와 다르게 서신 .. 감상글(책) 2014.02.15
아내의 계명 / 임보 아내의 계명 / 임보 늘 하는 훈계지만 전기밥솥에서 밥을 뜰 때는 숟가락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오늘 저녁도 혼자 매실주 한잔 마시다가 (아내는 부재중) 밥솥에서 몇 숟갈 밥을 뜬다 밥주걱 찾기가 귀찮아 아내의 계명을 어기고 그냥 숟가락으로 밥을 푼다 아차, 숟가락 끝이 밥통 바.. 감상글(시) 2012.07.16
간월암 看月庵/ 임보 사진출처: http://kr.blog.yahoo.com/asungyun/ 간월암 看月庵/ 임보 간월암 섬절을 물어물어 갔더니 바다가 미리 알고 물길을 열었네 마른 바다 모래 밟고 건너가 보니 절 문은 닫혀 있고 신우대만 으스스 무학舞鶴이 났다는 학돌재는 어디고 만공滿空이 깃들었던 선방은 어딘가 바다 막아 육지 만든 벽해상전.. 감상글(시) 2011.05.15
산을 그리며/ 임보 산을 그리며/ 임보 생각하지 않으리 하루 종일 삽을 들고 땅이나 파리 육신이 지쳐 허기가 들면 도토리에 막걸리 한 사발 - 『가시연꽃』, 시학, 2008. * 주말마다 산행에 나서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현실의 이런저런 생각을 지우고 싶어서’라고 말하는 사람이 꽤 있다. 사람 .. 감상글(시) 2010.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