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순 5

가장 비통한 그림 / 이동순

가장 비통한 그림 / 이동순 그렇게 앓는 몸으로 수만리 먼 길 떠난다는 게 처음부터 무리였다 온몸에 홍역 번져 울긋불긋 열꽃이 만발하던 세 살배기 삼대독자 표도르가 죽었다 마지막은 할배 품에서 가쁜 숨 몰아쉬다가 축 늘어졌다 눈가엔 눈물 맺혔다 한 가문의 대가 끊어진 시간 무정한 이주열차는 쉼 없이 달리고 할배는 죽은 손자 이틀이나 껴안고 있었다 차가 벌판에 잠시 섰을 때 할미는 할배 품에서 손자 빼내어 철둑 가 눈밭에 묻었다 『강제이주열차』, 창비, 2019. 감상 : 옛 발해 영토이기도 한 러시아 연해주는 조선 유민들이 대거 이주해서 마을을 이루고 살던 곳이다. 상해임시정부보다 앞서 임시정부를 만들기도 했던 항일 독립운동의 거점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최재형, 이상설, 안중근, 홍범도 등이 이곳에서 활..

감상글(시) 2020.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