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하드보일드, 하드럭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1:00

글 작성 시각 : 2003.02.04 13:48:30

요시모토 바나나,<하드보일드, 하드럭>,민음사,2002

<하드보일드, 하드럭>은 죽음에 관한 두 편의 이야기이다.
<하드보일드>hard-boiled 는 아파트에 일어난 화재로 인해 죽은 여자(치즈루)와 그 여자를 기억하는 한 여자('나')의 이야기이다. 아빠의 돌연한 죽음과 엄마의 배신으로 방황하던 나는 친구인 치즈루의 아파트에서 둘이 함께 지내면서 깊은 관계(?)를 맺게 되었다. 그리고 이별을 준비하는 나를 치즈루가 깨닫게 되었고, 자신이 먼저 집을 떠나있음으로써 내가 미리 짐을 챙길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나는 떠났고, 치즈루는 남았다. 나는 살았고, 치즈루는 죽었다. 내가 떠나지 않았다면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혔지만 부질없는 일임을 안다.
삶은 필연적 과정을 밟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연의 연속임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 우연에 마음 아파할 수 있겠지만, 그 뿐이다. 다시 하드보일드하게 사는 수밖에.
<하드럭>hard-luck 역시 언니의 죽음과 그로 인해 동생이 겪게 되는 슬픔을 소재로 하고 있다. 불운으로 죽은 여자와 그 여자와의 인연으로 또 불행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는 또 자신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 가슴 쥐어짜며 슬퍼하지만, 또 언젠가는 가슴 펴며 다른 무언가를 즐겨야 한다. 삶은 그런 것이다, 라는 내용으로 이해되었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는 역으로 삶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죽음을 제대로 배우면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다'고 얼른 주워섬겼던 말이 생각난다. 죽음을 잊으려 하지말고(어치피 잊게 되니까), 죽음 앞에 배우는 자세를 가지는 건 어떨까, 혹 이런 자세가 죽음 앞에 너무 경솔한 짓은 아닐까, 시답잖은 고민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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