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건축, 우리의 자화상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3:58

임석재, <건축, 우리의 자화상>, 인물과 사상사, 2005.

집 장만했다는 말이 곧 아파트를 사거나 분양을 받았다는 말과 동일하게 들리는 시대가 되었다. 한옥은 물론 한 때 잘 나가던 2층집 양옥도 주거 기피 대상이 되었다.
저자는 건물이 고층일수록 비싼 이유를 자본주의의 상술과 인간의 허영심 때문이라고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아파트 자체가 안락한 주거의 개념을 갖기보다는 투기의 목적이 강하기 때문에 더 높은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 가격이 부풀려지게 마련이라고 본다.
내가 사는 대구도 고층 아파트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고층 건물이 들어서고 그에 따라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길이 덮임에 따라 대구의 여름은 후끈 달아오른 열기로 숨쉬기조차 버겁다. 고층 건물이 바람길을 다 막음에 따라 열섬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출퇴근 시간에 쏟아져 나오는 인파는 이미 답답해진 길을 더욱 답답하게 만들 것이다
이제 누구를 위한 건축인지 다시 생각할 때이다. 이웃과 자연을 함께 고려하는 건축이 인간을 위한 건축과 다르지 않음을 생각한다.
저자는 삭막한 도시에서 꽃집이 있다는 것에서 위안을 느낀다. 거리에 벤치 대신에 책상을 많이 두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꽃집보다는 거리에 나무와 꽃이 흔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동네 느티나무 아래 평상을 놓고 휴식 공간으로 이용했던 선조들의 지혜가 귀하게 와닿는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나는 할 수만 있다면, 마당과 나무가 있는 집에서 현대 건축 기술을 응용하여 아름답고 튼튼한 집을 짓고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