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 시각 : 2005.04.01 23:19:38 말로 모간(류시화 옮김), <그곳에선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었다>, 정신세계사, 2002. 호주 원주민(참사람 부족)과 대륙을 횡단한 체험을 백인 여자가 풀어놓았다. 도시인의 눈엔 그들이 비문명인으로 비치지만, 그들의 눈엔 도시인의 삶이 이상하고도 어리석게 보인다. 하루 종일 서류나 기계 앞에 붙잡혀 있다가, 차 꽁무니에 이산화탄소를 뿜고 막힌 도로를 지나, 층층이 포개진 네모상자에 들어가는 현대 도시인. 네모 상자 안의 또 다른 네모가 전하는 말을 듣고는 네모 침대에 기어들어간다. 소통도 없고 침묵도 없다. 웅웅거리는 전자음만 있을 뿐이다. 참사람 부족은 네모 상자의 크기나 기능에 관심이 없다. 그러면서도 소통은 언제든 자유롭게 한다. 텔레파시를 통하여 온 우주와 소통하면서 먹을 것을 구하고, 구한 것에 감사 기도를 한다. ‘스스로 받아들이는 고통을 제외하고는 생명체에게 어떤 고통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믿음도 갖고 있다. 나 아닌 다른 것에 대한 배려와 돌봄이 생태학적 삶의 기본이라고 하겠는데, 바로 원주민의 삶이 그러하다. 현대인이 넓은 집, 비싼 차를 위한 설계에 골몰할 시간에 원주민은 ‘날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런데 자기 스스로 자기 계발을 꾀하는 욕망도 한계에 온 것일까. 인간의 문명에 의해 터전을 잃어가는 참부족 원주민은 더 이상 2세를 갖지 않고 지구에서 사라지기로 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지구의 조건이 나빠졌음을 작가는 말하고 싶었던 듯하다. ‘나 혼자만 이상한 사람’이 되어 이상한 줄도 모르는 평범으로 주위를 잘못 보거나 잘못 살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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