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반역, 패자의 슬픈 낙인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8:58

배상열, 반역, 패자의 슬픈 낙인, 추수밭, 2009

역사는 실재하는 사실이 아니라 그 사실에 대한 해석이나 평가에 가깝다. 후대에 더 의미 있는 것도 후자일 것이다. 과거의 역사를 통해서 옳다고 평가되는 것은 적극 수용하고, 그르다고 평가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조선 오백년 사의 대표적인 반역과 반란 사건을 두루 언급한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임을 감안해야 한다고 서두에 밝히면서, 실록 내용에다 또 다른 근거와 나름의 추리를 보태 역사를 재구성하고자 했다. 흔히 닮은꼴로 이야기되는 태종과 세조를 두고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린다. 태종은 군주의 위엄과 전략을 갖춘 반면에 세조는 졸렬한 폭군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그렸다. 선조와 인조는 오직 자리 보존에만 연연했던, 없어야 도움이 되는 왕으로 신랄하게 비판을 가한다. 전쟁을 부르고도 의연하게 맞서지 못하고, 정작 필요한 인재는 제거해버린 문제적 왕이라는 것이다.
자료에 대한 재해석과 새로운 근거를 바탕으로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어떤 사실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일은 아주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저자의 글에 선뜻 동의하기 힘든 부분은 홍길동, 임꺽정, 장길산을 대단치 않은 잡범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실록의 몇 줄 안 되는 부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현재의 상식으로 파악한 탓이다. 이 경우에야말로 백성들의 떠도는 이야기가 진실에 훨씬 가까울 수 있을 것이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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