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영화)

전우치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22:14

영화 ‘전우치’는 고대소설 <전우치전>을 바탕으로 하고, 여기에 요괴의 등장과 과거와 현대를 종횡무진 오가는 주인공을 새로 만들어냈다. 빈민을 구제하고 권력자를 농락하던 원작의 의미는 약해지고, 만파식적을 얻기 위한 전우치와 요괴의 도술 대결이 주를 이루고 있다.
위기 상황에 몰린 전우치가 액자 속 그림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상황이 바뀌어 그림 속에서 나오기도 하는 것은 그 어떤 상상력보다 매력적인 데가 있는데, 이 상상력 역시, 소설에서 빌려온 것이다.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거문고갑을 쏴라’(삼국유사에 관련 설화가 있다)는 스승의 유언이 실천되는 대목이다. 요괴를 거의 잡을 뻔한 그 순간에 전우치는 꿈에서 현실로 돌아온다. 요란뻑적지근하게 어울렸던 것이 한바탕의 꿈에 지나지 않았다. 꿈을 통해 전우치에게 깨달음을 주려는 ‘구운몽’식의 교훈적 소설로 돌아가려는 그 찰나에 전우치에게 떠올려진 말이 ‘거문고갑을 쏴라’는 것이었다. 스승의 말은 요괴를 잡는 결정적 단서로 작용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꿈과 현실의 경계가 뚜렷하게 구별되는 건 아니다.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꿈이 아닌지 지금 이 순간도 불분명한 건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는 자체가 요술 같은 일이 아니고 뭐겠는가.

'감상글(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라푼젤  (0) 2011.03.01
  (0) 2010.08.31
패치 아담스  (0) 2010.08.31
워낭 소리  (0) 2010.08.31
인디아나 존스 4  (0) 2010.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