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푼젤
만화영화로 각색한 그림 형제의 동화를 가족이 같이 봤다.
부모의 품을 떠나 마녀에 의해 키워진 라푼젤은 마녀를 어머니로 알고 자란다. 마녀는 라푼젤을 숲의 옥탑방에 가두어 놓고 성년이 될 때까지 바깥출입을 못하도록 강제한다. 라푼젤을 옆에 두면 마녀가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개인적인 이유 외에도 라푼젤을 위한 마음도 아주 없지는 않다. 세상은 위험투성이고 물욕에 눈이 먼 남자들이 여인의 사랑을 이용만 하고 상처만 주기 때문이란다.
바로 여기서 자신이 경험한 세계를 절대시하여 자식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 부모의 모습을 마녀에게서 발견하게 된다. 자신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과 가치를 남(자식이라 하더라도)도 똑같이 수용하기를 바라는 것은 난센스이지만 스스로는 그걸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다.
라푼젤은 마녀로부터 홀로서기를 선언하고, 세상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 과정에서 그녀에게 우호적인 사람을 많이 만드는 건 그녀의 능력이자 매력이다. 이제, 동화 속을 빠져나온 라푼젤은 나쁜 일, 나쁜 사람도 겪게 될 것이다. 더러 눈물 빼는 일도 생길 것이다. 그렇지만 생은 그런 과정을 다 산다는 의미가 아닌가. 착한 마음을 가지고 그 못지않게 당당하기도 한 그녀가 아름답게 와 닿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