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450년만의 외출

톰소여와허크 2010. 9. 1. 00:50

 450년만의 외출

  1998년 4월 안동시 정상동에서 2구의 미라에서 출토된 복식을 안동대학교 박물관에서 수습하였다. 일구는 일선 문씨였으며 다른 일구는 일선 문씨의 친손자인 이응태였다. 일선 문씨의 사망연대는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미라의 형태로 보아 노년에 사망하지 않고 남편보다 먼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응태는 족보에 생몰연대가 기재되어 1586년에 사망하였으며 1555년에 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두 사람의 목곽 내부는 조금도 상하지 않고 당시의 염습상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발굴되어 상․장례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였다. 일선 문씨 묘에서 복식 60여점, 이응태묘에서 50여점이 출토되었다. 이응태묘에서는 만시와 한문편지, 그리고 애절한 내용이 담긴 원이엄마의 언문편지와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가 출토되었다.
  편지글은 이응태의 부인이 31살의 젊은 나이로 숨진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적어 관속에 함께 넣어 둔 것이다. 이 편지는 가로 58㎝, 세로 33㎝ 크기의 한지에 언문으로 쓰여 있다.

♡ 원이 엄마가 세상을 먼저 떠난 남편을 그리며 새벽녘에 쓴 편지글이다.

  원이 아버지께 - 병술년(1586) 유월 초하루날 아내가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의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을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이 있다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서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 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 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

♡ 이응태의 형님이 아우에게 쓴 만시(輓詩 : 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시)의 전문이다.

울면서 아우를 떠나보낸다.

아우와 함께 부모님을 모신지가
지금까지 31년인데
갑자기 이 세상을 떠나 버리니
아우는 어찌 이렇게 급하단 말인가
땅을 친들 그저 망망하기만 하고
하늘에 호소한들 말이 없구나
외로이 나만 내버려두고
죽어서 뉘와 더불어 함께 할는지
자네가 남기고 간 어린 자식
내 살았으니 그래도 보살필 수 있구려
바라는 바는 어서 하늘에 오르는 것
삼생은 어찌 빠르지 않을쏜가?
또 바라는 건 부지런히 도움을 내려주어
부모님 만세토록 장수하시는 거라네.

형이 정신없이 곡하여 쓴다.